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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수와 나한스

시 한 수 '인생 귀싸대기 맞은 그리자벨라의 볼멘소리'

반복의 세월은
새로운 미각을 빼앗아 가고
능수능란해지는 뇌는
순수함을 야금야금 갉아먹지.

익숙함은 게으름을 꼬드기고
늘어가는 경험치엔
방어적 빗장을 단단히 채울 줄은 아나
그걸 여는 방법은 쉬이 까먹는다.

삶이 무료할 때 던져줄 만한
간식거리인 희망이란 놈은
건기에 시들시들한 나뭇잎처럼
탐할수록 자꾸 바스러지기만 하고
힘겨이 모은 추억이란 녀석은
그 값어치가 나날이 옅어진다.

하늘이 잠시 빌려준 젊음은
이미 옛날에 엿 바꿔 먹은지 오래고
천둥치고 비올 때면
감싸주고 우산 씌워주던
천사들은 하나둘씩
멀리서 숨바꼭질 하고 있네.

앞방에서 에헴하던 시간 보다
뒷방에서 골골해야 할 시간이 늘어나고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행복을 숨겨둔 구덩이를 파내보려 하지만
그 구덩이가 어디였는지
기억도 안 나네. 어디였더라?

그래
다들 그런 거야.
나만 그런 거 아닐진데
억울해하면 뭐할까.
알면서도 모른 척, 그러며 사는 거지.

청춘반납 독촉장 받고 버티다가
세월에 귀싸대기 한 대 맞았다고
주저앉아 징징대면서 누가 손 내밀어
날 일으켜 세워줄 거라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고 그 옆 동탄 가서
통탄할 일인 거 알아.
잘 알아도 슬픈 건 속일 수가 없네.

슬퍼도 혼자 일어나야 하고
시들어 부서지는 희망의 가루라도
조심히 긁어 담아 써야 하고
어디 숨었는지도 모를 행복 찾아
틈틈이 구덩이를 파야 하겠지.

그러나
내말도 더럽게 안 듣는
내 몸뚱아리와 정신머리
겨우 부여잡고
한숨 좀 돌리려는데
반갑지 않은 새로운 복병,
외로움을 만나
그나마 남은 기력을
또 낭비하게 되네.
아주 웃겨.

https://youtu.be/3MTl0vZD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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