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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2020.08.30. 쓸쓸한 도시의 씁쓸함.

슬리퍼를 끌고 나갔다.
보도블럭 위는 걸을만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비오는 날
대리석으로 된 경계석 부분은 너무 미끄럽다.

2001년쯤 슬리퍼를 신고 뛰다가
미친듯이 뒤로 자빠지며
뒤통수를 바닥에 세개 박은 적이 있었다.

눈에선 별이 튀었고
나 큰일 났구나...이거 뇌진탕이다...
그러며 뒤통수를 만져 보니
어랏? 멀쩡했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내가 미끄러져 뒤로 자빠진 인도는
쿠션감이 있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다♡

뛰다가 미친듯이 뒤로 자빠졌기 때문에
벽돌로 된 보도블럭이었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그 후로 난 슬리퍼를 신고 나가게 되면
바닥에 집중하며 설설 기기 시작했다.

오늘도
비가 와 미끄러운 길을 슬리퍼를 질질 끌고
밤길 산책을 나섰다.
우산을 들고 나왔지만 비는 곧 그쳤다.

여기 저기 둘러 보니
상당수의 가게들이 일찌감치 문을 닫은 느낌이다.
거리엔 사람도 드물고 차도 많이 안 보인다.

우비를 입은 라이더분들 숫자와
차량의 수가 얼추 비슷하게 보일 정도이다.

선선한 밤기운과 계속 내린 비로
공기는 상쾌하지만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중인
일요일 밤의 모습은
설이나 추석 명절에 한산해진
서울의 모습과 흡사했다.

배달 콜을 기다리는 듯
손님없는 가게에 켜져 있는
환한 조명들이 오히려 더 쓸쓸함을
자극하는 느낌이 들었다.

산책은
그 여유로움과
칼로리를 소비했다는 만족감에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돌아가는데
2020.08.30. 오늘은 기분이 묘하다.
쓸쓸하고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