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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종로1가 코끼리호프 그리고 광화문 향헌 2008.01.16

지난 송년회때에 내가 중간에 빠져나온 아쉬움으로 신년회라는 핑계로

이번엔 모처럼 내가 아그들을 불러 모았다.

비싸고 화려한데 빼고는 어지간히 돌아다닌데가 많아서 그런지

갈만한 곳을 찾지 못하다가 역시 용갈이 맛있는 치킨집이 있다고

제일은행 본점 뒷길..그러니까 옛삼양사앞 쪽으로 우리를 몰고 갔다.

7시가 다된 그러나 북적이는 종로 거리에 비해 사람 왕래가 적은 길에 있는

코끼리 호프...실내에 들어서자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고소한 치킨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맛없는 중국산 땅콩 대신 깨강정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깨강정...한 번 리필.


역시..이집은 수제로 보이는 무,양배추 초절임이 나온다.

뭐 빙초산에 사카린나트륨으로 맛을 냈는지 아니면 제대로 된 양조식초를 넣었는지

설탕을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배달치킨의 그런 무맛의 10배는 맛있다.

세번 리필.

갑자기 쏘맥 얘기가 나왔다.

한 번도 먹어본적 없다니까 용갈이가 500CC맥주를 시켜놓고 소주와

맥주잔,소주잔을 따로 청했다.

반잔의 소주와 한 컵의 맥주를 섞어서 나에게 건네준다.

왠지 폭탄주 느낌이 나서 망설이니까 맛 괜찮다고 용갈이 재촉을 한다. ㅋㅋ

뭐 색다른 맛이긴 했지만 계속 들이키면 음...맛 가는건 시간 문제겠쥐?

드디어 치킨이 나왔다.요즘 워낙 치킨기름에 말들이 많아서 기름상태를 확인했지만

한 번 쓰고 버릴리 없는 치킨집 기름은 거기서 거긴 것 같다.

더더구나 치킨가게를 했던 선배의 말에 의하면 완전 새기름으로 튀기면 맛이 달라져

기름을 갈 때 새기름에 원래 있던 기름 반정도를 섞는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뭐 이정도 기름이면 양호하단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닭살이 뽀얗도록 하얀 것이 다른 치킨에 비해 신선해 보였다.

뭐 맛은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인듯...튀김옷도 고소했음.


코끼리 호프에서 각각 1000cc로 1차를 하고 2차를 위해

근거리에 있는 광화문쪽으로 옮겼다.

오늘도 역시 사케로 유명한 "향헌"..상호가 적힌 천막이 눈으로 덮여 있네..

정취가 느껴지는군...

종로통이 자꾸 재개발이 되면서 이런 곳들이계속 사라지고 있다.

이곳도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세월은 도대체 왜 자꾸 정취를 뺏어가는지..

너 얄밉다...세월..

1층에 손님 지나가기도 힘든 양쪽 빠테이블이 자리가 꽉 차서 2층으로 기어올라갔더니

2층에도 한테이블 겨우 남아있었다. 온돌방이라 책상다리 싫어하는 내가

잠시 투덜거렸지만 따뜻한 방바닥의 온기와 따뜻한 정종 한 잔 그리고 친구들의 우정이

마음을 살살 녹인다.

사케와 오뎅국물이 먼저 나오고 꼬치요리는 주문이 밀려 대기시간이 길다고

오뎅으로 시키라고 반강요어린 요청을 하신다.

음..난 은행꼬치와 마늘꼬치를 먹고싶었다구~~

하지만 계단 오르내리느라 무릎이 꽤나 아파보이시는 홀담당 아주머니의

간곡한 눈초리에 응해서 오뎅탕 하나를 시켰다.

뭐 국물이야 끝내줘요~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정도면 만족할만했고

오뎅도 아주 저급 오뎅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사케 한모금..오뎅국물 한모금...음..녹는다 녹아...


옆에 앉은 정호와 폰카로 기념촬영 앞에 앉는 용갈은 내가 촬영...

호가 떠난이후로 우리 셋의 모임이 좀 단촐한 느낌이지만 그래서 더 귀한 시간들이다.
워낙 주당들이라 내가 만남을 겁내하고 요핑계 조핑계로 매번 빠지곤 했는데

녀석들 술이 많이 줄었다. 이걸 잘됐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세월앞에 그 좋아하던 주량마저 준 것을 보면

살짝 세월에 치이는 느낌이 들어 싫다.

다들 건강히 다투지 않고 오래오래 잘 지냈으면 더 바랄게 있노...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