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우리과 복학생 선배 한 분은 후배인 나와 내 동기를 잘 챙겨 주셨다. 선배 동기들끼리 술 한 잔을 해도 후배~술 사줄게 나와~~챙기셨고 선배 우리가 함 쏠게요~~해도 아 됐어. 술은 선배가 사는 거야 하고 술값을 못 내게 했다. 이 선배덕에 학교 생활이 좀 더 풍요로왔고 선배의 동기들까지 친해져서 방학 때도 같이 드라이브도 가고 함께 놀러다닌 추억이 내게 굉장히 소중한 추억이다.
그렇게 졸업하고 결혼하고도 자주 만나던 선배의 연락이 갑자기 어느 날 뚝 끊겼다. 어랏 왜 전화가 없지? 전화를 했더니 바쁘다고 다음에 통화 하잖다. 아 바쁘시구나. 근데 그렇게 하염 없이 연락이 없다. 또 전화 했다. 아 바쁘다고 다음에 통화 하자는 똑 같은 소리를 들었을 때야 비로소 난 알았다. 아 손절이구나. 이거 굉장한 충격이었다.이 즈음 동네친구 였던 베프를 손절한 즈음이라 와 충격이 상당히 컸었다.
시간이 그 서운함을 해결해주던 어느 날...익숙한 그 선배 전화번호가 스마트폰에 떴다. 8년만이다. 받았다. 이혼 후 우울증이 와서 고생이 심하셨단다. 그래서 연락을 못 했다고 미안하단다. 이게 이유를 막론하고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자기가 필요해서 갑자기 만나자는 친구들이 두 명 정도 있었는데 나는 솔직하게 그랬다. 난 끊어진 인연은 다시 잇지 않아. 그렇게 얘기하고 끊었지만 이 선배는 사과부터 얘기했고 난 학창시설 선배에게 신세졌단 생각을 한 사람이라 쿨~하게 반갑다고 얘길 했고 지금 다시 자주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머니께서 가끔 옛날 속담을 섞어 인생썰을 잘 푸시는 것 중의 하나가 신세지지 말라는 것이다. 신세 한 번 지면 그거 평생 따라다니는 짐이야. 갚아도 신세진 게 없어지지도 않는 주홍글씨라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랐는데 이젠 그게 뭔지 알 거 같다.
난 인간관계는 그게 무엇이든 상부상조가 가능해야 하고 시간이며 비용과 정성을 품앗이 해야 하는 매우 정교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이걸 모르고 내가 필요할 때만, 내 지갑은 철저히 닫아야 하고, 내 얘긴 해야겠는데 니 얘긴 듣기 싫어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아예 상종을 말아야 한다.
내 요즘 모토는 신세지지 않은 친구의 부탁은 그게 무엇이든 무조건 거절. 그 친구가 내게 5를 해준다면 나는 5.5~6만 해준다. 7~8을 해주던 내 바보 같던 옛 시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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