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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수와 나한스

SNS 시 한 수 '왕십리에 불던 바람'


왕십리 언덕에 부는 바람은
왜 그리 매서웠을까?
주렁주렁 달린 박처럼
다닥다닥 붙은 집 사이로
슬픈 사연은 쉼없이 새어나온다.

웃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상을 채찍질하던
왕십리 꽃재언덕의 사람들은
양지시장 포장마차 꽈배기처럼
베베 꼬인 삶을 풀어내느라
고단함에 넋을 잃고 살았다.

높은 교회 첨탑에 달린
십자가에 빨간 불이 들어오던
왕십리 언덕에 불던 옛바람은
나이를 먹지도 못 하고
지금은 얄썅하게 옷 갈아 입은
높은 콘크리트 벽사이를
저혼자 고독하게 휘돌고 있고
내 추억엔 지금도 그 바람이
때때로 매섭게 찾아온다.


(이미지 출처 : 카카오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