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 이거 왕십리 가나요?
길 건너 타세요.
기사님 저 강남역에 좀 내려주세요.
저기 아까 강남역 얘기한 분
이번에 내리세요.
어머 어떡해.
아 나몰라 정거장 지나쳤어.
버스 안에서
옛날 버스 안을 추억해봅니다.
회수권 안 내고 도망치는
학생 잡으러 뛰쳐나간
안내양 누나가 돌아오지 않아
기사님이 끌탕하던 그시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잔돈이 없어 저 멀리 있는
구멍가게까지 가서
껌 사야 하는 일도 이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깨끗한 버스 안에서,
친절한 기사님이 조심스레
운전하는 버스 안에서
옛날 거칠고 무정차하고
덥고 짜증나던 버스를
그리워하는 건 못난 마음입니다.
하지만 못나도 좋습니다.
돌아갈 수 있다면
한 번은 그 힘든 버스에
안내양 누나가 뒷문에
억지로 태우던 만원버스에
한 번은 더
매달려 보고 싶습니다.
그때 그 덥고 낡은
버스 모시던 기사님들,
억척스레 도망가는 학생들
잡으러 뛰시던 안내양 누나들,
다들 안녕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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