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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레모나 이슬톡톡과 요리하다 핫도그. 한술 뜨고 한술 더 떴어요. 술술 풀리겠쥬? (취했니?) feat. 미니 소설 '돼지의 달인'

어젯밤.
자려고 누웠던 그는
잠은 안 오고
다시 출출해짐을 느꼈다.
아까 징하게 오래 한
양치질이 억울해서
애써 잠을 청하는 중이었지만
곧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앉았다.

(고개를 흔들어 대는 주인공,
참아야 한다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이윽고 일어나
냉장고를 향해 걸어가
냉장고문을 잡고 잠시 망설이더니
문을 과열차게 열어 본다.

어둠을 뚫고 새어나오는
LED불빛이 주인공의
불룩한 배를 비춘다.
임산부일까?

실루엣을 보아하니
남성이다.
뱃살이다.

잠시 뱃살을 주무르던
남성은 핫도그 하나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다 말고
다시 냉장고를 열어
하나를 추가한다.

전자레인지가 어둠을 뚫고
굉음을 내고 돌아갈 때
이미 꺼내 한모금 벌컥벌컥
레모나 이슬톡톡을 들이키며
꺼어억~~개트림을 내뱉자
땡!!하고 전자레인지의
회전이 멈췄다.

핫도그에 케찹을 쳐발라
한입 베어 문 그의 표정이
어둠속에서 빛난다.

그는
그는
돼지의 달인이었다ㅠㅠㅠ.

어제의 그 달인이
또다시 냉장고앞을 서성이고 있다.

밝은 낮의 햇살에 보이는
그의 실루엣은 영락없는
임산부의 모습이다.

3개월 후면 세상에 나올
아이라도 가진 듯한
그는 산만한 배를 두드리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왜일까?

(그는 콧노래에 이어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춤까지
추며 기쁨을 표현 중이다)

알고 보니
그는 순대볶음 밀키트
포장을 뜯고 있다.

지난 번 맛있게 먹고
재구입한 10000원짜리
큰맘할매순대국집 순대볶음
밀키트가 그를 춤추게 했다.

사소한 칼로리라도
없애려듯이 그는 순대볶음을
요리하는 내내 콧노래와
엉덩이를 흔들어 대며
온몸으로 식탐의 기쁨을 표현중이다.

그렇게 완성된
순대볶음과 순하리 레몬진을
블로그 포스팅용으로
세팅을 마치자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의 식탐은 이런 하찮은
음식앞에서도 잦은 감동을 일으킨다.

중요한 의식이라도 치루는 듯
섬세하게 사진을 찍어대던 그는
촬영이 끝나자
플레이팅이 무색하게도
게걸스럽게 숟가락으로
순대볶음을 퍼먹기 시작했다.
그의 게걸스런 입술에 닿은
순하리 레몬진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또 한 번 내뱉은 개트림속에서
어떻게든 그의 위장을
탈출하려는 듯한
술과 음식들의 영혼이 보이는 것 같다.

그는
그는
역시
돼지의 달인이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