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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금사향 할머니의 눈물....


방에서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거실에서 가요무대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방에서 TV를 보시는데

오늘 따라 거실 TV에서 볼륨을 적당히 올리고 보시는 것 같아

왠일인가 하고 거실로 나왔다.

지금이야 나도 트롯트, 가요무대가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지만

워낙 어렸을 때 부터 전통가요를 즐겨했던지라

가요무대 그리고 트롯트가 전성기이던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곧잘 어머니 아버지와 가요무대 시청을 위해서

같이 앉아 있고는 했었다.

오늘은 장애우의 날(매년 4월 20일)이라 그런지

큰 사고를 겪은 윤희상씨가 휠체어를 타고

아직 마비가 덜 풀린듯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히트곡 카스바의 여인을 놀랍게도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불렀고

서울시스터즈의 방실이도 옛필름속에서

멋드러지게 첫차를 불러주었다.

오늘 가요무대는 그렇게 조금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시청을 하고 있었는데 피날레 무대에금사향이란

원로 가수가 나온단다.

어라...

금사향...

좀 들어 본 이름인데..

음..

나이가 어리더라도 다들 한 두 번은 들어봤음직한

내게는 아주 정겨운 노래 "홍콩아가씨"를 부른 분이셨다.

그래...밎아...홍콩아가씨..

감탄을 하며 어머니와 지켜보다가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내 나이또랜기...저정도면 되게 곱게 늙는거지..뭐라~뭐라~

어..근데 등이 굽은거봐..

나이가 꽤 되나 본데...

이러는 동안 사회자는 금사향씨를 손으로 부축하고

한참을 인터뷰를 했고

마지막곡(뭘불렀더라...??)을

후배가수(문희옥, 주현미)가 양쪽에서 부축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끝에 가서 금사향씨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마도 그 한곡을 부르는 동안 그 분의

마음과 머리속엔 여러가지 상념들이 지나갔으리란 생각이 들었고

아직 새까맣게 젊은 내 마음속에도

왠지모를 눈물이 맺혔다.

누가 그래...

나이가 들면 들만큼 살만하고 그만큼 좋더라고...

그거 새빨간 거질맛인데...

아마도 한때를 풍미했던 그녀도

어느 세월이 또 흘러간뒤엔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그저 가요계의 전설이 되어

리와인드 되는 필름으로 어느 흘러간노래 프로그램에나

나올런지 모르겠다.

오늘...

장애인의 날인지도 모르고

목 때문에 물리치료를 받고

목에 파스를 붙이면서

내가 얼마나 의기소침해 있는지 나도 잘 안다.

아프다고 병원갈 수 있고

조금씩 나아짐에 안도할 수 있고

여전히 가요무대 같이 볼 수 있는 부모가 있고

방 더럽다고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닦을 수 있는 힘이

아직도 내게 남아있는데

내가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것은

참으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의기소침이 아니라 절망에 빠져있을지도 모를

많은 사람들에게 한순간이라도 지푸라기같은

힘이 나올 수 있기를순간순간 열심히 기도하자...

그런 생각을 했다.

P.S. 1. 엠파스엔 아주 간단히 네이버엔아예 인물소개도 없다.

금사향 할머니...건강하시길..

2.일부 원로 가수들의 힘든노년기사(정부의 대책이 기대된다.)

http://news.nate.com/view/20081126n04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