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 압구정에 맥도날드가 들어섰을 때당시 학생인 난그곳이 유명 맛집인줄 알았다.
먼곳은 아니긴했지만일부러 햄버거를 먹으러 찾아갔으니까..ㅎㅎ
내 테이블 뒤에 앉아서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던 사용하던 유학파 오렌지족들이 넘쳐나던
압구정점은 사라졌지만 내 추억은 여전히 그곳에서 건재하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너무나도 맑고 시원한 내가 딱 좋아하는 날씨를 보여주는 바깥풍경에 홀려서
동네 맥도날드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자 밤길을 나섰다.
한약같이 쓰던 맥도날드 커피가 맥카페를 런칭한 이후로 구수한 숭늉이 되어버렸다.
좋은 커피를 써서 구수한 숭늉이 된건지 연하게 마시는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순한게 내리는건지 난 잘 모르겠다.
365일 24시간...맥카페...1600-5252 홈딜리버리...
이런 새로운 장점들이 생기지 않았다면 난 더이상 맥도날드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한참을 줄을 서서 사가는 사람이 넘치더니 내 차례가 되니 조용하기 짝이없다.
맥도날드의 역사를 오랫동안 지켜본 나로서는퇴색이라는 말이 많이 실감난다.
뭐 세월엔 많은 것들이 퇴색되어 가지만서도...
(이건 직원분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몰카다 몰카..ㅎㅎ)
아메리카노 2000원...맥너겟 6조각 2900원.
야밤에 입을 간지럽힐려고,무료함을 달래려고5천원 돈이 나가버렸다.
어찌보면 큰 돈이고 어찌보면 작은 돈이지만 의외로 이 오붓한 시간에 많은 스트레스를 날렸다.
내가 얻은 고즈넉함이라...혼자 놀기의 대가가 된 느낌이다.
일단 외모는 크레마가 보이고 향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많이 약해..
물어보지 않고 딸려 나오는 스윗앤 사우어 소스. 불량식품이지만 음..깊은 맛이야...아주 깊어..ㅎㅎㅎ
(예전엔 바베큐소스와 둘중에 골랐던 것 같은데..기억을 믿을 수가 없으니...원참나...)
풍덩...그래서 이런 소스를 디핑소스라 하나보다...
뒤~럽게 맛있데..그러나 야밤에 밥 한공기의 칼로리를 섭취했다는..
유흥가가 아니라 동네 주택가에 위치한 맥도날드라 그런지 나름 조용했다.
그러나 저 넘치는 쓰레기...아무도 치우러 올라오지 않더라는...
엄청 까탈스런 점포 운영 메뉴얼을 가지고유난을 떨던 옛 맥도날드가 또다시 생각난다.
초창기 맥도날드 매니저들은고급패밀리 레스토랑 매니저마냥
각이 잡힌 유니폼 와이셔츠를 입고 맥도날드 카운터를 서성거렸다.
가끔 매장을 점검하러 오는 외국인들을 능숙한 영어로 접대하던 그들..
물론 압구정1호점 종로 2호점 얘기다.
관철동 초입엔 맥도날드도 건재하고 KFC도 여전히 건재하다.
구수한 커피를 마시고 담백한 너겟을 풍덩 소스에 찍어먹고 한산한 창밖을 내다보며 약간의 고즈넉한 주접을 떨고 나니
밤길 산책나간 나를 눈이 빠지게 기다릴 가족들이생각나서 괜히 찝적거리던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1600-5252 전화 한통이면 커피 한 잔도 배달을 해준다.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건 비슷하지만 대신 마호병을 들고 아가씨가
찾아 오는게 아니라 씩씩한맥도날드 청년들이 온다. 이점 명심하시길...
그리고 맥카페 아메리카노는 찾아가면 2000원 배달은 2300원이다.
커피 한 잔 들고오는 뻘쭘함이 싫다면 다른 메뉴도 하나 주문해주는 센스...
맥도날드 얘기에 롯데리아가 빠지면 서운하단다.
맥도날드를 따라하기 바쁘던 롯데리아..
그러나 요즘은 나름 선전하고 있다는..
롯데리아 햄버거를 좀 더 맛있게 먹으려면사람들이 많이 찾아 미리만들어 놓는 불고기버거 새우버거말고
다른 햄버거를 주문하면 된다. 대표적인게 야채라이스불고기버거다. ㅎㅎ
대신 5분 기다려야 한다면서은근히 다른 메뉴 주문하길 바라는 알바도 있고
5분이 아니라 10분 기다리게 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걸 감수하면 따끈따끈하고 신선한(?) 햄버거를 만날 수 있다.
역시 모든 음식이란 갓 나왔을 때가 베스트이다.
매력없는 밀가루맛이라고 이 롯데리아 와플이 사람들에게 푸대접을 받고 있으나 띵크어바웃 가격...
으메..혀가 안굴러가네...
더이상 바라는건 무리...롯데리아에선 롯데리아 스러우면 되는거다.
솔직히 같은 기계로 뽑는데 왜 커피맛이 항상 일정하지 못한지...알다가도 모를일...
더더구나 웃긴건 크레마가 풍부하다. 이 크레마 믿을 수 없다는...
하지만 나름 칼칼한 커피맛을 내주던 점포들도 기억난다.
신당점 그리고 서대문 문화일보 부근 롯데리아...
내가 볼 땐 커피머신 청소를 제대로 안할경우 물탱크 오염으로 커피맛이 변질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디까지 내 생각이라는거...
카카오가 씹히는 아시크림...이름이 뭐였더라...가격은 2000원.
와플+커피+아이스크림은 삼박자가 척척 맞는다.
콜레스테롤+칼로리까지 합하면 오박자지만...ㅎㅎㅎ
단, 와플에는 일반 500원짜리 소프트아이스크림이나 1000원짜리 선데이 아이스크림이 더 잘 어울린다.
대신 강하게 얼린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쉽게 녹으니 카운터에 있는물티슈 기계에서
미리 두어장 가져다 놓고 잽싸게 먹어치우는센스가 필요....캬..센스 참 여러군데서 많이도 필요하구나...ㅋㅋ
에니웨이
맥도날드가 있었기에 오늘의 롯데리아가 있고
롯데리아가 있었기에 오늘의 맥도날드가 있지 않나...
이거야 말로 영원한 맞수가 아닐 수 없다.
(실은 롯데리아 때문에 맥도날드가 좀 고전한다고 생각함...)
한국에서 월마트가 철수하고 까르푸가 철수해도 별로 안서운한데
웬디스 하디스 철수한건 너무너무 아쉽다.
있을 때 잘해...열심히 사먹어줘야지..
안그럼 타코벨처럼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강산 두번 바뀔 때쯤해후하는 불상사 생긴다.
타코벨 Coming soon...welcome. (L하나 맞지?? ㅎㅎ)
어림잡아 스물네살 맥도날드.
어림잡아 서른한살 롯데리아.
어림잡아스물여덟살 HANS.
그래 난 스물여덟에서 성장을 멈췄다.
-끝-
P.S
제목의 나이는?
인터넷 기사 참조함.
맥도날드 1988년 압구정 1호점 개점
롯데리아 1979년 소공동 1호점 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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