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오늘 가히 폭설이라고 할 수도 있는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다행히 공원 근처에 있어서
품속에 든 옴니아2를 꺼내들어 손가락이 저리도록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직봄눈도 틔우지 못한나무에 눈꽃이 먼저 피었네요.
대관령 산속의 눈꽃이 부럽지 않습니다.
누군가 크리스마스트리에 솜뭉치 장식을 끼워 놓은듯
두툼하고 폭신해뵈는 눈덩이는 요즘 지방이 끼기 시작해 두툼해지는 내 눈두덩이 같습니다. ㅎㅎ
몇일전 박춘석 선생님 추모공연에나온 패티김의 염색한 은발마냥
모든 나무들이 새로이 옷을 갈아입은듯조금 낯설기도 한 모습니다.
저 나무들은 어떻게 이 차가운 계절을 버텨내는지 대단하고 기특합니다.
사방에 눈이 널리니 오가는 인적은 뜸합니다.
화려한 아웃도어웨어를 입으신 아주머니께서 저처럼 눈꽃을 즐기고 계십니다.
몽촌토성길 산책로로 가는 이 언덕길은제가 지나가고 곧바로 폐쇄되었습니다.
미끄럼을 경계하며 조심스레 한걸음 한걸음..
눈이 온 언덕길과 인생길이 많이 흡사함을 느껴봅니다.
왕따나무..
외롭게 홀로 서있지만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있습니다.
나무는 홀로있어도 멋져 보이지만역시 사람은둘이 더 나아보이는군요.
나무와 나무벤치.
서로 친척지간이라 더 정겨워 보입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인간에게 많은 것을 주는 나무의 고마움 그리고 자연의 신비로움에잠시 고개가 숙여집니다.
DSLR로 출사 나온 분을 두어 분 봤는데 올림픽공원의 설경은 500만 화소의 저질 폰카속에서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평화의 문에서 시작한 눈길 산책은 이제 북2문쪽에 이르러 눈발이 아주 조금약해지기 시작합니다.
운좋게도 폰카속에눈내림이 조금 잡혔네요.
우산이 점점 무거워지길래 아차싶어 우산을 털었더니한무더기의 눈덩이들이 떨어집니다.
저 가늘어 보이는 나뭇가지의 힘이 참 대단합니다.
날씨가 쌀쌀하던 겨울무렵의 눈과 달리 조금씩 녹으면서 마치 쌓인 모습이 꼭 솜사탕처럼 보입니다.
공해가 아니라면 입을 대서 맛을 보고 싶어집니다.
북2문의 오른편에 있는 이 까치다리 주변에는두마리의 거위가 자주 출몰합니다.
오늘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보이기에 조금 섭섭합니다.
급하게 미니 눈사람도 만들어 보고...
족적도 남겨보고..
흔적도 남겨봅니다.
2010년 3월 22일의 때늦은 눈손님은
내일이면 봄눈 녹듯이 사라진다는 말처럼 말끔하게 녹아 없어질지 모르지만
오늘 내 기억속 그리고 파란 블로그속에는 좀 오래도록 잡혀있겠네요.
운좋게 시작한 봄눈 산책은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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