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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봄을 시샘하는 겨울...

9301버스를 타고 오는데

멀미가 난다.

900원이면 되는 거리를

편하자고 1700원을 내고

광역 좌석버스에 올라앉아

이게 왠 시츄에이숀인가 하면서

휴~휴~마음을 다잡는데

어느 노신사 한 분이 차에 오른다.

그 나이분들 누구나 그렇듯이

삐거덕 거리는 무릎을 끌다시피 버스에 오르시고

내 앞에 앉아 계시다가

나보다 먼저 내리시면서

올라오실 때 그 무릎보다

잠시 앉아있어 더 심해진 무릎을 끌고

이젠 절룩거리시면서 내리신다.

그분을 바라보면서

그 분에 비해 한참 젊은 나는 잠시 숙연해졌다.

늙어가면서 가장 필요한건 돈이란 생각을 하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적응과 용기란 걸 잘 알고 있다.

너무 편한 것만 좋아하고

너무 편하게 살아서

조금만 불편해도 힘들어하고

청춘을 그리워하다 못해

늙어가는 나를 미워하고..

봄날을 시샘한다는 절기 얘기도 어색할만큼

요즘 날씨는 꼭 겨울로 향하는듯

늦가을 혹은 초겨울 날씨같다.

히터를 틀어 뿌옇게낀 차창의 성에에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로고를 새겨봤다.

내가 멀미를 하는 이유는...

800원을 더 내고 편하게 앉아 있는 대신

열리지 않은창문과 나를 휘감는 답답한 히터 때문임을 알았을 때

다행히 나는 내가 내려야할 정류장에 내릴 수 있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아닌

계절이 예측할 수 없는랜덤으로 온다면

세상이 얼마나 재밌을까...

그런 생각이드는 날이었다.

2010년 4월 27일 명동에 있는 중국비자 대행사에 여권을 맡기고 돌아오는 9301버스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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