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잔상

사진 없는 일기.오늘은 12월 3일 일요일. 날씨 : 맑고 덜추움.

일요일.
별 거 없는 날.

뭔가 이상하게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날이다. 내일 좀 중요한 약속이 있고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봐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지 하루 종일 뭔가 개운하지 않다.

이럴 때 왁자지껄한 호프집에서 잔 부딪히며 건배라도 하고 맛난 안주라도 먹었음 싶은데 항상 그렇듯이 걸려오는 전화도 카톡 하나도 없다.

나이 들면 혼자 노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 여기저기 떠돌고 있는 교훈이라는데 그 교훈 너무 삭막하다.

다들 먹고 사느라 바쁜 시간들. 내 나이대 남자들이 다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고 마누라 눈치 보느라 쩔쩔매는 녀석들에게 함부로 전화해서 놀자고 꼬드기기도 미안하다.

근거 없는 모르는 사람이 무서운 세상에 MBTI가 완전 I인 나라는 사람은 인터넷에 있는 동네 소모임도 무서워서 나가기 싫다. 신원 확실하고 오래도록 정을 나눈 지인들이 편하고 좋은데 걔들은 죄다 바쁨ㅠㅠ.

심심하고 외롭다고 자꾸 오며 가며 군것질만 해대니 이러다 임산부석에 앉아야 할 똥배 될 거 같다ㅠㅠ.

오늘 겨우 3000보 정도 걸었는데 걷기라도 해야 활력이 생길 텐데 막상 어딜 걷지? 동네는 지겨운데? 이리 핑계 대다가 빨래나 하자 싶어 침대 패드를 걷어 내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원래 기운이 없는 스타일이지만 네 곳 구석 고정밴드 벗겨 내고 면패드 하나 걷어 내는 데도 아이고 힘들어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불은 내일 빨아야겠다.
베갯잇 하고 면패드만 바꿔도 기분이 보송보송한데 이 기분 몇 분이나 갈라나?

미래지향적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지금 이 순간 부르면 쪼르륵 달려 나오던 옛 동네 동네친구들이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