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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매머드 커피와 비 그리고 봄.

혹시나 해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못 마시고 들고 나왔다.

양손 모두 뭔가 들려 있지,
입엔 마스크까지,
길거리에서 커피 한 모금 훔쳐
마시기도 쉽지 않았다.

어디 주차장 입구 근처에 숨어
급히 다섯 모금쯤 마시다
그냥 들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쌀쌀해졌지만
봄을 재촉하는 날씨인지라
아쉽게도 눈으로 바뀌지는 않아 비가 내렸다.

토요일 오후의 길거리는 코로나로, 봄비로
쓸쓸하기 그지없다.


겨우 다섯 모금쯤 마신 커피를
식탁위에 얹어 놓고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비가 스며들어 젖은 양말까지
치우고 커피를 찾으니
커피가 안 보였다.

현관에 놨나?
방에다 놨다?
음..

종이컵은 바닥으로 떨어져 그나마 남은 커피는
식탁 옆 바닥에 흥건이 고여있었다.
ㅠㅠ

식탁 모서리에 세워 놓았는데
내가 들고 온 비닐 봉다리로
툭~~친 모양이다.
아까운 것도 아까운 거지만
커피를 마시다 말아서
더 짜증났다.

목련이 피기 시작했다.

니가 제일 싫어했던
과목은 뭐였니??
난 '산수유'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내 마음속엔 외로움꽃이
피기 시작한다.

잦은 계절의 변화가
그렇지 않아도 변덕스런
내 체력을 더 변덕스럽게 만든다.

난 어디 4계절 내내
쌀쌀한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
쓸쓸하고 씁쓸한
우리나라 말고.

https://youtu.be/0YhPlRdjfrQ

P.S.
이맘때면 꼭 듣게 되는 가곡.
강건너 봄이오듯.
여러 사람이 불렀지만
뮤지컬 배우
양준모씨 버전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