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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석희씨... 발칙한 기억들에 대하여.

1. K석희.


입학하고 보니
우리과 수석으로 들어 온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형이 한 명 있었다.

뭔가 분위기가 묘한~~
아주 영특한 느낌을 주면서도
조금 교활한 느낌의 형을
나와 내 동갑내기 동기가
쫄래 쫄래 따라다녔었다.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족보를 얻으러 다니느라
다들 혈안이 되어 있을 때
이 형은 쪽집게 과외하듯이
예상 문제를 콕 찝어 줬다.

어떻게 이 문제가 나올 거라
예상하냐고 물었더니
교수님이 강의할 때
이부분을 굉장히 신경 쓰며
하셨단다.

그래서 문제 하나 내고
대형 시험지에 서술해야 하는
과목에서 난 A0를 받았다.
그 형이 콕 집어준 그 문제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하튼 공부 잘 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느낌을 주던 그 형은
갑자기 1학기를 끝내고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를 않았다.

하긴 저 정도의 실력이면
더 좋은 학교를 가겠지.
훨씬 더 좋은 대학으로
편입해서 갔다는 소문을 끝으로
이 석희형은 우리들의 연락도
피하면서 그렇게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똑똑하긴 하나
기인같은 느낌의 그 형은
내 생각에 자기가 자신의
인생을 들볶으면서
기인처럼 독특하게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2. S석희(1)


브라운관 티비의 로타리식
채널 손잡이를 탁탁탁 돌리다
그를 봤었다.

겨우 1분 나오는 뉴스에
보이던 젊은 그가
어린 마음에도 뭔가 훤하게,
똑똑하게 잘 생겼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사람보는
눈이 굉장히 밝았다.
이 사람은 유명해질 거야란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내 예상대로 거인처럼
승승장구 했고
또 다른 면으로도 유명해졌다.
주차장은 주차만 하러 가야한다.


3. S석희(2)

인상이 별로 였다.

난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운동부 학생들이 얼마나
저질이었는지 경험했기에
그들에 대해 머리에 인이 박혔다.

특히나 초등학교 4~5학년때
핸드볼 선수이며
발육이 남달라
브래지어를 하고 다니던,
또래 아이들 보다
키며 덩치가 1.5배는 되던,
그 여자 아이가 얼마나 거칠고
욕을 입에 달고 살았었는지
지금도 기억한다.

브래지어 했다고 놀리던
남자아이들이 얘 손에 잡히면
악 소리가 나게 얻어터졌고
잡아서 던지면 저만치 나가
자빠졌었다.
남자아이들도 나중엔
걔를 피해다녔었다.

같은 반이었던 나에게도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이를 악물며
너 맞고 싶어? 이 소리를
자주 했던 얘는
지금 뭐하며 살고 있을까?

그리고
핸드볼 코치이며
선생님이던 여자 하나는
지각한 아이들을
교문앞에 세워 놓고
쇠자를 세워서 손바닥을
10대씩 내려쳐서
겨우 8~10살짜리 아이들
손바닥을 다 찢어 놓았었다.

나는 운이 좋아
맨 끝에 서 있어서
손바닥이 찢어진 여자아이가
울음을 터트리자
내가 맞을 때는
내려치는 힘이 절반으로
줄었고 다행히
내 손바닥은 멀쩡했었지만
손바닥이 찢어져 피투성이가
된 아이들에게 양호실 가!!
한마디 던지고 사라지던
그 여자의 얼굴이 지금도 기억난다.

난 운동선수를 신뢰하지 않는다.
내 경험치가 그래서 그렇다.

모든 운동선수가 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너무나 착한 운동부 아이들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운동선수는
정말 정말 극소수 였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