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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2020.08.26. 새벽 5시에 깼다.


비가 오려고 그랬나.
열어 놓은 창가에서 계속 훗훗한
습기와 열기가 밀려와서 몸을 뒤척이다가
귀신 앞에 들고 있는 십자가 마냥
머리맡에 소중히 보관중인
에어컨 리모컨을 켰다 껐다 반복했더니
깊은 잠은 저 멀리 발로 차버린 느낌이다.

예전 같으면 습관적으로 티비를 켰을 텐데
이젠 휴대폰을 집어 들어
밤 사이 뭔일 없었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한번 둘러 보고
유튜브에 손이 갔다.

뭐 하나만 봤다 하면
그 쓸데없는 알고리즘이 내 관심시라며
주구창창 비슷하고 관련된 동영상들만
홈화면에 띄워준다.

며칠 전 5호선 미사역 개통소식과 함께
다양한 평형과 구조를 가진
미사역 근처 오피스텔 동영상들을 봤더니
그쪽 오피스텔 소개 동영상들만
주구장창 떠있다.

보통
사람들은 마음속에 자기 나름대로
그리는 집의 형상들이 있을 것이다.

누구는 대궐 같은 집
어떤 이는 펜트하우스
누구는 고급 아파트
혹자는 전원주택
누구는 마당 넓은 집.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직주근접의
더이상 이사 다니지 않을 소박한 내집을 꿈꾼다.

나는 항상 머릿속에
땅콩주택을 떠올리며 산다.
아기자기한 실내 구조와 함께
평상과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옥상을 가진
협소주택이 내 첫 번째 이상형이다.
겨우 꿈이 협소주택이냐며
비웃는 지인들도 있었지만
난 그렇다

하지만 마땅한 대지를 발견하기도 쉽지 않고
좋은 건축업자를 만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같고
또 틈틈히 보수작업이 필요한
단독주택의 특성상
이건 내 성향과 맞지 않을 수 있는 이상향임을
깨닫곤 한다.
하지만 머릿속에 구조를 그리고 상상하는
공상의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공상은 공짜이기에.

5호선 미사역에는
최근 힐스테이트 미사라는
대형 주상복합형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완공되어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는 저층부와 지하에
그랑파사주라 이름 붙은 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신도시 상가 특성상
공실이 많을 거라 예상은 하지만...

CGV미사가 곧 오픈 예정이고
이마트도 입점 예정이라는
홍보문구를 본 거 같다.
더더구나 힐스테이트 미사는
지하철 지하에서 바로 연결 되는 곳이라
비오는 날 혹여 우산을 못 챙겼더라도
집안으로 편하게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뭐 주변에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대중교통 탈 일이 없다고 하겠지만
나같이 대중교통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어느 유튜버가 그랬다.
'솔직히 좀 수준있는 사람은 대중교통 탈일이 없잖아?'

그래서 나도 속으로 그랬다.

'흥~~좀 수준있는 사람은 유튜버 안 하더라고~~'

여하튼
잠깐 속물 유튜버로 이야기가 샜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지하철, 영화관, 마트, 쇼핑몰이 있는
주상복합형 아파트가
내 두 번째 이상형 주택이 되었다.

유튜브로 틈틈히
그곳 실내를 구경시켜 주시는
중개사 유튜버들 덕택에
며칠 방구석에서 임장가는 기분으로
구경 실컷 했다.

꼭 대형평수의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복층을 가진 5~6평대 오피스텔은
보증금 500에 월 50만원 정도의 시세라서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뭐야
새벽에 깨서
갑자기 미사역 부동산 얘기를 떠들고 있다니
유튜버처럼 뒷광고중인감?ㅋㅋ

실은 잠이 덜 깨기도 했고
마땅히 할 얘기도 없었는데
유튜브 켰다가
홈화면에 떠 있는 여러 개의
미사역 오피스텔 동영상들 보고
급 주제를 잡아서리 횡설수설 중이랍니다.

요즘 가족들에게
우리 나가지도 않는 공원앞에 살면 뭐하냐?
상가까지 빵사러 가기도 귀찮아서
배달앱 켜는데 살면 뭐하냐?
백화점 가까우면 뭐하냐?
우린 아울렛만 다니는데.
에어컨 없는 방 쓰는 가족은 뭔 죄냐?
다니는 병원은 많은데
이 병원은 버스 타고
저 병원은 지하철 타고 가는데
살면 뭐하냐고 이사갑시다 꼬드겨도
쇠귀에 경읽기라 답답한 요즘에
그것도 한 몫 했네요, 제가 떠드는데.

음..어영 비영 하다 보니
바깥이 환해졌네요.
헛소리는 그만 하고
씻고 오랜만에 오전 산책이나 해볼까
생각하다가 제 머릿 속에는 똥만 찼는지
맥도날드 가서 맥모닝 먹을까만 떠오르네요.

에이 식충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