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잔상

고양이와의 오랜 추억들.

1. 나는 기억이 안 나는 얘긴데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5살 때쯤 고양이를 만지다가
고양이가 나를 할퀴어서
얼굴에 줄이 가는 바람에 무척 속상하셨다고 함.
(남의 집 개 만지다가 물려 죽을 뻔한 적도 있음)

2. 초등학교 4~5학년쯤으로 기억.
단독주택에 살 때라 마당에서 길냥이를 엄청
꼬드겼으나 다들 안 넘어 오는데
어쩌다 한 마리가 걸렸다.
당시 생선, 먹다남은 음식 같은 걸 준 걸로
기억하는데 이 고양이가 먹을 걸 먹으면
사라지는게 못내 아쉬웠던 초딩은
고양이를 줄로 잠깐 묶어두기로 결정ㅠㅠ

그래서 담장을 넘나 드는 고양이를
장독대에 묶어 놓고 깜박 잊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하악 하악 소리.

소리가 심상치 않아 뛰어 나갔더니
고양이가 장독대에서 목이 매달려 대롱대롱..

놀란 나는 다행히 방에 계셨던
아버지께 비명을 질렀고
발버둥치는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는 온 팔뚝을 다 발톱에 좍좍~~
희생하셨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친다.
만약에 죽었다면ㅠㅠ

근데 더 신기한 건
화가 많으신 아버지께서
내게 한마디 나무람도 없으셨다는.
(지금도 신기)

그후로 나는 한참을
고양이가 무서웠었다.

3. 정확히 기억이 난다. 2001년 밤 10시쯤.
산책을 나가는데 아파트 현관문을 나섰더니
갑자기 새끼 고양이 보다 살짝 큰
고양이 한마리가 미친듯이 내게 달려와
냐옹냐옹 대면서 발밑을 돌았다.

남들이 보면 내가 밥이라도 준 줄 오해하겠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고양이.
한참을 쓰다듬다가
너 이렇게 아무나 다가가면 안 돼!!
이러고 내 갈 길을 갔는데
이게 바로 냥줍의 기회였던 거 같다.
하지만 난 집사가 될 자격이 없구나.
이날 밤 기억이 지금도 생생 비디오로
머리속에서 돌아간다.
그러나 18년전 기억ㅠㅠ

어릴 때나 지금이나 동물을 참 좋아한다.
동물을 지겹게 싫어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나중에 내가 똥을 치울 수 있는
나이가 되서야 강아지도 키워 보고
토끼도 키워 보고 기니피그도 키워 봤지만
여전히 고양이는 그림의 떡이다.

언젠간 한 번 키워 볼 날이 올라나?

(눈길도 안 주는 애들, 서운하지만 그래야 장수함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