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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급조한 빈대떡...외로움을 지지다.

한국인은 비가 오면 빈대떡 같은 전을 생각한다지요. (저만 그런가요?)

전화해서 나오라고 조르면 나와 줄 지인들은 있겠지만 예고 없는 전화에 100% 맘이 맞을 사람이 거의 없을 거란 걸 잘 알기에 그냥 음악이나 듣고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주당도 아닌 사람이 오늘 따라 파전 한 조각에 막걸리 두 잔만 했으면 싶은 욕구가 마구 마구 치솟는 걸 얘야 정신 차려라 오늘은 주일이다...얘야 니 살도 생각을 해야지...정신 차려라~~

음...
정신 차렸다면 지금 요러고 있진 않겠죠?
그래도 나름 저렴하고 절제된 욕구를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냉장고를 뒤져 파전 재료를 찾습니다.
밀가루도 있지만 먹다 남은 팬케이크 믹스 유효기간이 한 달 남아서 다 섞었습니다.

밋밋할 거 같아 달걀을 풀고.

고기맛을 넣어주고 싶어 냉동만두 두 개를 꺼내서 물로 녹이며 새우 껍질 까듯이 만두를 깝니다.

요로콤 말이지요.

부쳐 봅니다. 밋밋하죠.

달걀을 하나 더 풉니다.

김치도 넣고 해물맛을 내려고 볶음밥용 새우보크라이스를 뿌려봅니다. 일단 비쥬얼은 좋아집니다. 맛도 좋을까요?

제스프리 골드키위로 장식을~
(요건 블로그용인거 티 납지요?)

종로빈대떡 가서 해물파전 하나 포장하고 막걸리 사다가 플로라도 아니 홀로라도 한 잔 하고야 말거야~라고 고집(?) 피우려다가 단순화 한다는 게 일이 커졌네요. 그리고 편의점 막걸리가 1300원 밖에 안 함을 오늘 첨 알았네요ㅎㅎ

언젠가 집에서 냉동실 오징어 처치용으로 빈대떡 부친다는걸 알고 오래전에 막걸리 한 병 사왔다가 두어잔 마시고 왜 집에서는 바깥 그 맛이 안날까 그러고는 다 버렸었는데 흐미~~오늘은 입에 착착 감기네요. (얘는 확실히 가짜교인)

솔직히 반죽이 남아서 한 장 더 지지는데 요것도 블로그용으로 체다치즈 추갑니당~~)

팬케이크도 아닌 것이 빈대떡도 아닌 것이 어중간하지만 기름을 조금만 넣고 지졌으니 기름덩어리 종로빈대떡 그것 만큼 맛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애먼 누군가 불러내 기삼만원 소비한 것에 비하면 나름 깔끔한 막걸리와 빈대떡의 조우였음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다만 식탐이나 주탐은 그 시작은 좋았으나 허탈함과 숫한 설거지는 뿌리칠 수 없는 뒷북(?)임을 비어가는 접시를 접하는 순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군요. 어쩌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