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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인간관계 해프닝들 (자랑 & 비꼼)

1. 자랑



인간관계에서 자랑하는 사람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요.

재수 없다
질투 난다.
자랑이 늘어져 짜증 난다.
등등등.


저는 친한 지인이라면 대화 시 어느 정도 상대방의 자랑을 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배려이고 예의란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나름 잘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근데 제가 자주 느끼는 감정은 위에 적은 세 가지 감정은 아니에요. 문제가 뭐냐면 자기 자랑이 늘어졌고 제가 열심히 들어주었으면 제가 자랑할 틈도 좀 주고 제 자랑에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자기 자랑에 오 대단하네..와 좋겠다.. 부럽다 했는데 내가 뭐 하나 자랑하면 금세 안색이 바뀌고 입을 삐죽거리거나 화제를 갑자기 딴 데로 돌리는 인간들이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제 자랑이 뭔가 특출 나거나 하는 자랑도 아니었거든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한국인들이 내로남불에 굉장히 취약한 민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 자랑한 건 생각 못 하고 그냥 평범한 제 자랑은 기분 나쁜 듯한 표정. 제가 인복이 없는지 이런 인간들이 꽤 되었답니다.

솔직히 인간관계에서 자랑이란 딱히 도움이 되는 좋은 행동은 아니라고 봐요. 저도 어린 시절엔 누가 상처를 받던 안 받던 자랑거리가 생기면 여기저기 자랑하고 돌아다녔는데 옛 어르신들 말씀 마냥 자랑하면 재수 없는 일 생긴다. 입조심, 말조심해야 한다 하셨고 나이 들면서 저도 이런 말씀에 고개를 격하게 흔들며 인정하며 살고 있답니다.

그래서 가급적 자랑할 거리가 생겨도 그냥 입 닫고 말지 지인들에게 자랑을 하거나 하진 않습니다만 참 인간관계가 힘든 게 자랑 않고 가만히 있으면 무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다고 자랑하면 질투하니 그 중간의 적당선 찾기가 참 힘든 거 같아요.

아들을 사고로 잃은 친구 앞에 우리 아들 이번에 인서울 했다고 자랑하고 한 푼 두 푼이 쪼들리는 지인에게 럭셔리 패키지여행을 자랑하고 주인이 전세금 올려달래서 고민인 지인에게 우리 아파트는 다행히 호가가 2억이나 올랐다고 자랑한다면 과연 이들이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래서 끼리끼리 노는 게 편하다느니 상대방 배려한다고 일부러 속이는 건 오히려 찐친이 아닌 거다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세상에 인간관계에서 수학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이 과연 있을까요? 더더구나 개나 소나 다 떠들어대는 인터넷 세상에서 정답이 아니라 상식적인 근사치를 찾는 거 자체도 힘들어진 느낌이 듭니다.

끝으로 바라옵기는 혹 친구가 뭔가를 자랑한다면 삐죽거리며 인상 일그러뜨리지 마시고 오 축하해..와우 좋겠다 정도의 리액션은 해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상부상조가 중요한 인간관계답게 내 자랑을 잘 들어준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의 자랑에도 귀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2. 비꼼


한 지인을 만나면 주 대화가 정치질하는 사람들로 힘들어하는 그 친구의 직장생활 얘기예요. 나름 경청하고 들어주고 격려해 주는 일이 그리 재밌는 일이 아니지만 항상 반복되는 이 패턴을 어쩔 수없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 대화를 나누다가 화제가 제게로 돌아왔을 때 친구가 제게 그러더라고요.

HANS 너는 구의원이나 시의원 한 번 나가보지. 잘할 거 같은데. 그리고 뭔 얘긴지는 잊었는데 또 뭘 잘할 거 같으니 이런 것도 한 번 해보지 그래~그러더라고요. 하지만 나간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저는 완전 I 중에서도 소문자 i스타일이라 제게는 맞지 않는 일들이어서 웃으며 정치계가 똥물이라 나랑 안 어울리는 일이라 했더니 친구말과 표정이 저를 힘들게 하더군요.

HANS 너는 욕심이 없나 봐?


이게 저는 조연 정려원에게 주연 한지혜가 언니는 욕심이 없나 봐요라고 비꼬듯이 얘기했다는 유명한 해프닝 같은 그런 뉘앙스로 들려서 이날 한참 기분이 업앤다운 했어요.

왜냐면 전 긴 시간을 그 친구 직장생활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도 아닌...

HANS 너는 욕심이 없나 봐?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말,
그래!!
나 욕심 없다 어쩔래? 이 말을 삼키며 표정관리 하느라 힘들었는데 이런 만남을 하고 돌아오면 내 시간, 돈, 정성이 넘 아깝더라고요.

물론 사람은 누구나 실언을 할 수 있기에 저도 잊어버리려 노력을 하고 자주 만나는 친구가 아니다 보니 시간이 깨끗하게 필터링해주는 감정들 덕을 보고 있지요.

아 정말 나이 들수록 인간관계 너무 힘들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유튜브에 흔히 뜨는 영상처럼 나이 들면 혼자 잘 노는 법을 터득하는 게 인생에서 성공하는 거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이런 말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아요.

부디 옆에 있는 오랜 지인과 함께 한 세월과 경험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작은 감정의 기복은 숨길 줄 알고 서로서로 아끼고 배려할 줄 아는 지인들이 되었음 좋겠어요. 저도 더 이상의 손절작업은 하고 싶지 않거든요. 작은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