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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오후 1시 서울 비내림.

송석키씨의 주차장 아지트처럼
나도 나만의 주차장 아지트가 있다.
아직도 실내에 손님이 있을 경우
마스크 벗고 실내에서
커피를 마시긴 부담스러울 때
나는 커피를 사서 들고 가서
마스크를 벗고 바람 맞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동선안 곳곳에 있다.

아이스는 이제 안녕~~일 줄
알았는데 여름이 사라지기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한 모금
두 모금
열심히 들이키고 있는데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난 부지런히 어느 건물
처마 밑으로 숨어 들었다.

나를 적신 비지만
비내림은 언제나 대환영이다.

비가 오면
어릴 때 툭하면 마당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물청소를 하시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수도세 아깝다고
깔끔도 참 못 말리는 천성이라고
혀를 차시던 어머니의 투덜거림은
환청처럼 아직도 귀에 울린다.

하늘이 물청소를 시작하고
내일이나 모레쯤 비가 그치면
아버지의 물청소로
온 집안이 깨끗해진 우리집저럼
우리나라 곳곳이 깨끗해질 것이다.

나는 물청소가 시작되면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기쁘다.
깨끗해질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