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부모님 뼈와 살을 태워 버신 돈으로
용돈 받아
이 종이 쪼가리에
참 큰 돈 갖다 바쳤다.
지금처럼
취미가 다양하지 않던 옛날에
사람들은 우표에 열광했었다.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취미, 문화라고 누리는 것들을
함께 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나만 관심 없으면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이 시절에는
이 우표가 훗날 큰 돈이 될 거라고
꼬드긴 사람들이 있었다.
난 누구라고 얘기는 안 하겠다.
이 우표를 사려고
새벽 같이 일어났는데
우체국으로 향하는 새벽길이 무서워
엄마를 졸라 엄마 손을 잡고
우체국앞에 가서 줄을 서던 시절.
그 때를 추억하면 달달하다.
지금도 월급 타서
MD라 불리는 텀블러, 머그 이런 거
잔뜩 모으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들게 번 돈 왜 저런데 쓸까?
하다가도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다.
부모님 용돈을
오락실에,
우표수집에 쳐박던 시절이 있었다ㅋ.
학교에 와서 엄청난 양의 우표를
자랑하던 우리반 친구들.
그 친구들의 우표책은 어디서 샀는지
우표책부터 고급스러웠었다.
난 어릴 때 영악했는지
잃어버릴까봐
학교에 절대 안 가져갔는데
어느날 그 친구가 우표책을 잃어버렸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
뭐 좋은 거 있으면 도벽있는 애들이
다 털어가던 시절이다.
솔직히 내 우표첩에는
A급 우표는 많지 않다.
좋은 우표가 꽃혀있다기 보다는
추억이 꽃혀있는 느낌이다.
솔직히 우표책을 꺼내 봐도
큰 감흥은 없다.
그저 추억을 소환하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
DDD라고 놀림 받는 이분은
왜 그런 삶을 사셨을까나...
연말이면 내년 우표 발행 계획표를
우체국에서,
우표판매사에서
한 장 얻어다가 고이 모셔 놓고
그날을 기다리며 우표 살 돈을 모으곤 했었다.
이분도 참...
역사가 훗날 제대로 평가하겠지만
가난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신 거
그거 하나는 인정, 어 인정.
최규하 전 대통령.
잠깐이나마 그 자리, 그 느낌은
어떠셨을라나...
소시민은 알 턱이 없겠지?
음...노코멘트.
손에 손 잡고.
1988년.
우표가 워데있노?
아휴..
멘트 붙이기 힘들다.
통과.
너두 통과.
너는 패스.
보석콘에 들어 있던 우표들.
우표가 목적인지...아이스콘이 목적인지..
돈만 생기면 보석콘을 사러 뛰어갔다.
애들이 포켓몬 띠부띠부씰 챙기고
빵은 맛없다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시절 내 생각이 났었다.
난 보석콘이 맛있어서 버리진 않았다ㅋㅋ
지금도 우체국에는
올해 우표발행계획표가 나왔다는데
이 취미를 이어갈 자신이 없다.
난 이제 코흘리개 초딩도 아니고.
그래도 가끔은
우체국 가서 시트 한 장,
전지 한 장 사면 기분 좋을 거 같다.
요즘 전지 한 장은 6000원이 조금 넘는다.
우리 형이 먼저 우표를 모았다.
내가 초딩이 되서 우표를 모으면서
형보고 우표 모은 걸 나 달라고
쫒아 다니면서 졸랐는데
매정하게도 내게 우표를 주지 않았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러
형 책상 서랍 맨 윗칸의
잠겨있는 서랍에 감추어둔
우표를 나 달라고 계속 졸랐더니
엄마에게 말하지 말라며,
'자랑하러 학교 가져갔다가 누가 훔쳐갔다고'
그제서야 이실직고를 했다.
형이 학교에 가면서 부탁하면
우체국 가서 어머니가 우표를
대신 사오셨다던 그 귀한 우표첩을
몽땅 잃어버린 것이다ㅠㅠ.
형의 우표가 언젠가 내 것이 되리라던
꿈이 무너졌을 때 난 정말 씁쓸했다.
나중에 엄마가 아시곤
내가 그 바쁜 와중에도
니 우표 사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걸 왜 학교에 가져갔나고 끌탕을 하셨지만
뭐 이미 누군가 훔쳐간 우표를
이제 와 찾아서 무엇하리오.
옛날 우표와 쌍두마차로
어린이들의 동심과 함께
쌈짓돈을 빼앗아 간 크리스마스씰이다.
그땐 친구에게 카드를 보낼 때
봉투의 씰링을 이 크리스마스씰로 했던
기억이 난다.
혹은 우표옆에 나란히 붙이거나...
우표가 20원 하던 시절이 있었구나.
지금 우표값은?
.
.
.
.
.
470원이라고 검색이 된다.
이 우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모르겠다.
옛날엔 가짜우표도 많이 팔았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우표다.
찾아보니 옥션에서 누군가 240,000원도 아닌
24,000,000원은 더더욱 아닌,
겨우 24,000원에 팔고 있다.
내 추억이 겨우 24,000원이라니?
우표.
우정.
우체국.
소인.
회현동.
1984 필라코리아 etc.
오늘도 추억은
송골송골
마음에,
눈가에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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