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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I ♡ BUS(서울버스)

기사님
감사합니다.
제 기사님은 아니지만
항상 감사합니다.

오늘도 사람없는 버스 정류장에
차를 세우시고 앞문을
열었다 닫으시는
매뉴얼을 지키시는 기사님을 보며
청춘시절
연속 3대 버스 무정차로
친구들 약속에 30분이나 늦어서
화가난 제가 서울시에 전화를 걸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 버스는 지금은 번호만 살아있는
옛 범양여객 146번 버스입니다.
후끈한 본넷 옆에 앉아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도
너무 더워 18 18 거리셨던
옛날 버스기사님들의 애환,
지금은 왠지 이해가 갑니다.

호랭이가 담배피던 시절마냥
버스안에서 창문 열고 시원하게 담배 한대
태우시던 옛 끽연가분들은
그시절이 그립기도 하실 거 같아요.

요즘 저상버스 기사님들이
버스 베이에 정확히 내려주실 때는 모르다가
구형 버스를 아무데나 세워주실 때
버스에서 도로로 내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쿠~~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버스 높이에서도
세월이 느껴집니다♡

저는 지금도 자리양보를 참 잘 합니다만
요즘 사람들은 노인분이 빈자리가 없이
서있어도 나몰라라 하더군요.

이런 얘기를 어느 30대분과
우연히 한 적이 있는데
그 노인네 보다 젊은이가 더 피곤할 수도
있고 그렇게 힘들면 택시를 타야지
왜 피곤한 젊은이에게 자리양보를
강요하냐고 제게 되묻는데
아 더 이상 이런 얘긴 하면 안 되겠구나.
내가 꼰대가 되었구나.
당황한 적이 있지만
그 얘기를 한 그 사람은
늙어서 꼭 택시 타고 다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답니다.

노인은
버스에서
마음이 자리를 욕심내는 게 아니라
무릎이 절실히 자리를 찾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