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잔상

식혜의 추억.

제가 어릴 때는
지금처럼 누구나 쉽게
음료수를 한 병씩 사마시는 때는
아니었어요.

부모님께 환타 한 병 얻어 마시기가
쉽지 않을 때라
집에서 마실 수 있는
귀한 음료 중에 하나가
식혜였답니다.

어머니께서 식혜를 종종 만드셨는데
어머니가 시장에 가시면
그 틈을 타 식혜를 담은 들통(?)에
신나게 가서는
국그릇으로 식혜를 마구 퍼먹고
입 싹~닦고 딴짓하다가
결국엔 양이 확 줄은 들통을 보시고
너 이리 와봣.
아껴 먹어야지 맛있다고
자꾸 퍼먹으면 어떡해!!!!!
하고 어머니께서
소리를 지르시던게 생각이 나요.
어린 마음에 좀 많이 만들지
왜 아껴 먹으라고 할까?
야속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듯이
전 나이가 들어도
어릴 때 입맛 그대로인 거 같아요.

비락식혜를 종종 사먹거든요.
추억이 깃들어서인지
어릴 때 그맛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흡사한 맛을 내는 비락 식혜.

CU편의점에 들어가서
비락식혜 캔을 찾았는데
이곳은 캔은 없더군요.

그래서 500ml 페트병을 사서
큰 얼음컵에 부어서
잠깐 자리에 앉아서
더위도 식히고
목마름도 해소하고
밖에 들고 나가
얼음컵을 얼굴에 대가며
완전 본전을 뽑았습니다.

설탕이 33g 정도 들었다고
얼핏 본 거 같은데
뭐 요즘 커피전문점 프라푸치노나
달달한 음료 중에는
50g도 넘게 들은 것도 있다니
뭐 요래요래 위로를 하면서
호로록 다 마셔버렸습니다.

이제 늙으신 어머니는
더이상 식혜를 만드시지도 않고
혹 만드신다 해도 말릴 판이지요.

추억은 달달한데
세월은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