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도매시장 입구)
누군가 오래 남아 달라 소원했는지
올여름은 유난히 길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재의 환절기 불청객 증후군(?) 때문에 계절 바뀜이 살짝 부담스러웠는데 이번에 늘어지는 여름이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놀다 떠나는 지인 붙잡듯이 더 놀다가~~그랬다.
11월에도 근육을 과시하고파 민소매를 걸친 모자라 보이는 근육남들이 지하철에 보이는 신기한 계절 현상 속에 나는 움직이면 땀이 나 덥고 가만있음 서늘함이 느껴지는 변덕스런 날씨를 신기해하며 보내는 중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뭔가 하나 특출남을 과시하고픈 맘은 솔직히 나도 별 수가 없다. 누구나 매한가지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적정선이라는 게 있다. 그 선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과 그게 뭐냐는 사람들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겸손하게 살지 않으면 세상은 복수를 한다. 더 무서운 건 신의 저주이다. 내가 가진 그 특출남을 빼앗아 가는데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덜컥 앗아간다.
어후~~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착하고 인물 좋은 배우자에 아이들도 순하고 공부 잘하고 난 매일매일이 감사하고 너무너무 행복해~~~♡
이런 행복함을 입에 달고 살면서 주변에 과시하던 사람들에게 언제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 관찰하거나 들어 본 케이스 가지고 계실까요?? 입찬 소리처럼 무서운 소리가 없습니다ㅠㅠ 조용히 안전하게 사는 소시민의 소확행, 그거 무시하지 마세요ㅎ
계절 얘기가 또 딴 길로 샜네요.
여름 내내 입었던 반바지 티셔츠를 잘 세탁해서 누레지지 않게 옷장에 잘 넣어야 하고 리플 이불과 침대패드들도 포근함을 주는 것들로 바꾸고 세탁기 여러 번 돌려 말리고 걷고...이 일상의 반복...아이씨 기운 빠져~~ 절로 짜증이 터져 나옵니다.
옛날에는 엄마 아빠가 다 해주시던 일들. 당연한 것처럼 고마워하지도 않던 일들을 다 내가 해내야 할 때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나랑 비슷한 성격으로 힘든 일은 엄마에게 다 미루시던 아버지처럼 나도 자꾸 도와줄 사람도 없는데 어떤 부담스러운 일을 만날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게 되지만 오롯이 다 내가 해내야 하는 일들임을 깨닫게 될 때 느껴지는 고독의 잔인함ㅠ힘듭니다.
참 우리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딱히 건강체질도 아니셨는데 시들시들 곧 꺼져가는 불씨 같은 체력으로도 자신을 불태워 집안을 밝히신 분이셨다.
내가 서른 살까지는 철없이 용돈 뜯어 가며 하루가 멀다 하고 엄마와 전쟁을 벌였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너와 나는 아주 명콤비야.
그랬다. 어느 순간 철이 든 나는 엄마의 곁을 집사처럼 지키기 시작했다. 눈치가 빠른 막내는 엄마의 필요함들을 비서처럼 근거리에서 챙기곤 했는데 어머니도 그 도움이 좋으셨던 거다.
그렇게 효도를 위해 일부러 한 행동이 아닌 친구처럼 긴 시간을.. 어릴 적 철없음에 진 빚을 갚아 나가듯이 어머니의 중년과 노년을 친밀하게 함께 했었는데 어느새 나도 과년한 중년이 되어 버렸다.
세월은 많은 것을 빼앗더니 별 필요도 없어 보이는 것들은 종종 툭툭 던져 줄 때도 있지만 난 빼앗긴 게 왠지 더 많게 느껴진다. 쓸쓸히 찬바람 부는 계절에 마음 한구석이 여느 때보다 크게 허전한 것은 숨겨지지 않는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엄마라는 존재의 빈자리는 꽤 깊이 패였다. 천수를 누리고 가셨고 우리 어머니의 노후는 꽤나 안락하고 행복하셨었지만 그래도 수많은 아쉬움과 미련 그리고 그리움은 남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더니 어느새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저기 왠지 종점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 때면 무척이나 슬프다.
유여사~
거기서 잘 계시쥬?
😍😍
(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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