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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수와 나한스

나한스의 시 한 수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도
계단을 걸을 수 있는 관절의 힘.

자리가 없어도 손잡이 쥐고
흔들흔들 흔들리며 서서 갈 수 있는 체력.

이번 역은 어디라는 산만한 소음 속
쥐꼬리만 한 스피커 소리가 들리는 청력.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도
마스크 안 써도 신경 안 쓰이는 면역력.

목적지까지 어떤 경로가 빠른지
환승계획도 파바박 어렵지 않은 이해력.

노약자석에 앉아 계신 노인분들 보면서
나는 운동해서 저렇게 힘없이 안 늙을 거라고 착각하는 무경험이 주는 몰지각의 힘.

남녀노소가 뒤섞인 지하철에서 나는 아직은 버텨주는 몸뚱아리 끌고
백발 성성한 노인분들을 바라보며
아직 덜 늙은 나에게 감사인사를 한다.













오늘부로 SNS 시 한 수 제목을 나한스의 시 한 수로 바꿉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