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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내 블로그에서 뭘 보려구?


개인적인 생각도 쓰고
좋은 순간도 적고
안 좋은 일도 적고.

개인 일기장이 그렇듯이
남들이 봐서 치명적이지만 않다면
블로그에 솔직하게 다 적으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여차저차하여
블로그 주소를 알게 된 가족들, 지인들, 검색 키워드로 몰래 찾아와 염탐하는 귀신(?)들 때문에
약간의 부작용을 겪으면서
어느 순간 내 블로그는 그냥 사적인 일들이나 생각은 쏙 빠진 보여주기식 블로그가 되어 버렸다.

블로그는 단 한 개라도 정보를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름 정보는 담아내려고 노력은 했지만 과연 누가 내 포스팅으로 어떤 정보를 얻어 갔을는지 잘은 모르겠다.

옛날 티스로리 댓글은 나름 정겨웠다. 댓글은 많이 안 달려도 지인들과 스몰토크 하듯이 읽는 재미가 있는 댓글이 90%였던 거 같은데 요즘은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은 많아졌지만 거의 복붙 댓글들이 70%는 되는 것 같은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파란블로그에서 티스토리 처음 이사 왔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 내 블로그는 장족의 발전을 한 느낌이지만 바닥을 기는 조회수는 여전히 부족하고 불만이다.

파란시절에는 이용자가 적은 데도 네이버 노출도 잘 되고 관리자님이 자주 메인에 올려 주셔서 조회수가 2000이 넘은 적도 자주 있었는데 티스토리에선 아무리 발악해도 거기서 거기다. 티스토리 이웃들을 열심히 방문해야 그나마 자체 조회수가 좀 플러스되는 느낌.

양질의 포스팅, 딱 봐도 이분은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이셨구나 싶은 포스팅을 볼 때면 반성을 많이 한다. 나는 그렇게 정성을 들일 끈기가 없다. 블로그를 스트레스받으며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데 컨디션 좋은 날 포스팅을 서너 개 작성해서 예약을 걸어 놓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러나 세월은 무심하게도 통장잔고 비듯이 어느새 쌓아 놓은 예약포스팅은 다 올라가 있고 당장 내일은 아무것도 예약되어 있지 않은 상황들이 발생한다.

뭐야? 나 많이 작성해 놓은 것 같았는데 벌써 다 올라간 거야? 흠...내가 먹어 치우는 냉장고 음식만큼이나 세월이 포스팅을 자꾸 먹어 치운다. 자꾸 빈다. 비어.

내가 무슨 마감시간 있는 신문사 기자도 아닌데 내일 올릴 거리가 없으면 불안하고 허전하다.

그렇게... 자잘하지만...
탑을 쌓듯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내 작은 취미생활이 고맙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몸이 상하지도 않지만 사라져 버린 시간들이 여기 많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 포스팅을 읽으며 잠시 눈을 감으면 난 짧은 타임머신을 탈 수가 있다. 그것도 공짜다. 얼마나 좋은가? 내 사랑스런 블로그.

가능하면 내 사적인 감정도 드러내고 희만이 아닌 희로애락 모두를 담아내고 싶을 때가 있지만 아직은 그럴 자신이 없다.

생얼로 외출 못 하는 화장하는 분들처럼, 가면 못 벗는 유튜브처럼,  나도 내 생생한 모든 것을 블로그에 다 보여주지는 못 하지만 앞으로 더 나이 들면서 나도 조금은 더 노출(?)하는 블로거가 되고 싶다. 유행이 블로그를 데려가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