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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오늘 또 그날, 1년에 단 하루♡ In memory of 서동숙 님.

https://youtu.be/Mo_1_oVeKDc?si=R3RCBsbA5oTxOJcB



p.s.
서동숙 아나운서를 추억하며...




어릴 때 가요톱텐은 내가 참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TV가 한 대이던 그 시절에 채널 주도권은 파워 순.  형 누나, 엄마까지는 나에게 채널을 양보해 주셨지만 아버지는 이상하게 내가 가요톱텐방 방송시간을 기다리고 있으면 갑자기 나타나셔서 안 보시던 티비를 켜시고 다른 채널을 보고 계시곤 했었다.


옆에서 아무리 찡찡대고 나 가요톱텐 볼 건데 투정을 부려도 모른 체하시다가 프로그램이 한참 시작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너 보고 싶은 거 봐라~~하고 일어나셨었는데 아~ 이게 참 그때나 지금이나 두고두고 서운하다.


그러던 어느 방학에 친구 한 명을 꼬셔서 여의도 KBS 신관공개홀로 가요톱텐 생방송을 하는 날 구경을 갔었다. 하지만 이미 방청권은 진작에 동이 났고 엄청난 숫자의 허탈해하는 중고생 여학생들이 공개홀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어서 포기하고 집으로 가려고 하던 그때 저 멀리서 멋진 바바리코트를 어깨에 걸친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난 한눈에 그녀가 내가 좋아하는 MC서동숙임을 알아채고 그녀를 구경(?)하러 다가갔는데 덩치가 큰 두 남성이 그녀를 호위하면서 그녀는 조용히 내 바로 앞을 지나쳐 방송국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키도 크고 이쁘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방송에서 보던 화사한 얼굴은커녕 민낯이던 그녀의 얼굴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빨간 뾰루지들이 많이 보였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시청한 생방송 가요톱텐엔 뽀얗고 화사한 그녀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어린나이에 메이크업의 위대함을 난 이미 알아채버리고 말았다.


당시 KBS 최고 인기 아나운서이셨고 내가 참 좋아했었던 서동숙 님이 생각나 그녀의 근황이 궁금해 얼마 전 구글을 검색해 봤더니 안타깝게도 최근에 고인이 되셨단다. 향년 겨우 65세ㅠㅠ.

https://news.koreadaily.com/2022/11/29/society/community/20221128233401184.html

[삶과 추억] 서동숙 전 KBS 아나운서

LA치과협회장을 역임한 윌셔임플란트센터 김필성 원장의 부인 서동숙(전 KBS 아나운서·사진)씨가 지난 11월 25일 오전 뉴욕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5세.   고인은 19...

news.koreadaily.com




어린 내 앞을 건장한 검은색 양복을 입은 경호원 두 명에게 호위를 받으며 멋진 선글라스를 끼고 바바리코트를 어깨에 걸진 체 방송국 안으로 들어가시던 모습이 지금도 너무 생생하게 뇌 속에서 플레이가 되고 있는데 그녀의 별세 소식을 접하자 잠시 허탈했었다.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구나. 하긴 내가 벌써 중년의 아재가 되었으니ㅠㅠ.


저 위 동영상 속 여성 목소리의 주인공이 서동숙 아나운서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