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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별게 다 그리운 날..옥탑방의 추억.

대학시절
선배 하나가 내가 사는 동네 근처
옥탑방으로 이사를 왔다.

비가 오니 비가 샜고
한 여름엔 찜질방 같은 그곳에서
친구들이 모여 라면을 끓여 먹고
떡볶이에 소주 한 잔 하면서
희희낙락했던 시절이 있었다.

에어컨도 없이
빤스 하나만 걸치고 앉아서 놀다가도
온몸이 땀에 젖어
찬물 샤워 한다고
욕실을 들락날락 하면
물 많이 쓴다고 선배는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 용돈 안 올려준다고
오마니랑 며칠 신경전을 벌이다
하필 외할머니가 다니러 오셔서
오마니랑 전쟁중(?)인 나를
엄청 미워하셨다.

이때다 하고
난 선배네 집으로 툭하면 피신을 갔다.
선배도 자주 찾아오는 내가 미웠겠지만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는 나는
만두나 라면, 떡볶이 등을 사서 들고 갔기에
크게 눈치를 주지는 않았었다.

그땐 유튜브도 없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케이블 영화나 비디오를 빌려다 보며
시간을 때우곤 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군것질을 좋아하던 나는
수퍼 가서 콜라나 아이스크림을
사다 먹으며 영화를 보먼서,
편한 집을 떠나 동네로 가출했던(?)
뭔가 일탈적인 자유가 신났던 기억이 난다.

새벽까지 모여서 수다 떨고
영화보고 고스톱치고 놀다가
새벽이 되면 5시 30분에 문을 여는
동네 사우나로 몰려가
새물 받은 욕탕에서 시답잖은
웃음과 수다를 즐겼던 그 시절..

그때 함께 했던 선배 LYB,
동네친구 KKS
그리고 KCH
모두 연락이 끊긴 친구들이다.

오늘 같이 비오는 날,
옥탑방에 다들 모여서
열린 창으로 빗소리 들으며
떡볶이에 소주 한 잔 했으면~하는
미ㅡ음이 간절하다.

다들 어디서 뭐하고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