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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엄마는 그길만 지나면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얼른 시장에서 식재료들을 사다가
부지런히 씻고 다듬고 조리해서 저녁을 차려야 하는 어머니에게 어린 나는 복병이었을 거다.

그래서 엄마 어디 안 가 어디 안가~나를 안심시키고 나서 내가 딴짓하는 사이에 엄마는 몰래 장을 보러 나가셨고 엄마가 사라진 걸 확인하면 나는 대문 앞에 가서 목을 놓아 대성통곡을 하곤 했다. 내 기억에 초등학교 2학년 정도까지 이런 짓거리를 했으니...ㅠㅠ

내가 시장을 따라가는 걸 좋아한 이유는 좌판에 쪼그리고 앉아 이쑤시개로 집어먹는 순대 1인분, 따끈한 오뎅 한 개를 얻어먹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인데 어린 나를 데리고 장을 보기가 상당히 귀찮았을 거라는 생각을 그땐 미처 하지 못했었다.

어느 날 운 좋게 엄마를 따라나서서 시장 곳곳에서 장을 보다가 그날은 낯선 골목에 들어섰었는데 갑자기 어머니 발길이 무지하게 빨라지셨다.

어린 나는 어머니가 왜 저리 갑자기 빨리 걸으시나 싶어 엄마~~부르면서 어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내 눈에 무슨 무용복 같은 드레스를 입은 누나들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유난히 많은 나는 엄마에게 집요하게 저건 뭐냐고 질문을 퍼부었고 엄마는 집요하게 침묵을 지키셨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나는 저 누나들은 춤을 추는 무용수인가 보다 하고 나 스스로 판단하고 넘어갔던 그 순간이 영롱하게 기억 속에 박혀있다.

요즘 청년들은 어릴 때 엄마손 잡고 마트를 다니며 토이자러스 앞에서 바닥을 뒹굴며 떼쓰는 추억을 머릿속에 영롱하게 간직하고 있으려나?

숨바꼭질하듯이 나를 따돌리고 시장으로 몰래 내빼시는 엄마가 지금도 야속하다가도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묘한 감정의 충돌이 찐하게 요동친다.

소름 끼치게 달달한 추억들이지만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엄마 손 잡고 시장가던 추억들이 그립다♡


https://youtu.be/puUQT5hQ4SU?si=PvRETQxW8G9iJQ2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