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032/0003046587
지금도 종로3가에 가면
서울극장이 아주 조용히,
매우 한적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옛날 서울극장은 정말
사람들이 바글바글,
현장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유명한 극장이었어요.
세기극장으로 시작해
서울극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들었는데
제 기억으론 1990년 즈음하여
3개관으로 리뉴얼 하여
서울시네마타운 3개관으로
오픈을 했었답니다.
그때 멤버쉽 카드를 발급받아
500원인가 할인 혜택도 누린 거 같은데
이 시절이 제게는 인생의 황금기 같은
리즈 시절이었답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과 여자 동기와 사랑과 영혼을 보면서
말 그대로 이 영화에 홀딱 반했어요.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신파에
안성맞춤으로 울리던
오~~마이 러브, 마이 달링 이 노래가
옛 표현으로는 심금을 울렸고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욜라 대박!!!이었답니다.
그날 이후로
어디선가 사랑과 영혼 OST 테이프를
사서 당시 삼성에 근무하던
형이 명절 사은품으로 받아온
더블데크 카세트로
하루 온종일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이 더블데크 카세트가
나름 자동 타이머가 달린 최신형이라
아침에 오~~마이러브~~~로
노래가 시작되도록 PLAY를 눌러 놓고
잠들었어요.
아침에 방안에 오~~마이 러브~~~
노래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면
방문을 열고 어머니가 들어 오시면서
넌 그노래가 그렇게도 좋니?
오~~~오~~~듣기 싫어 죽겠네.
소리 좀 줄여. 어여 일어나!!!!
산통을 깨고 나가셨던 기억도 나네요.
그후 코아아트홀에서
한 번 더 봤던 영화
사랑과 영혼.
어젯밤 부터 시작한
EBS에서 세계의 명화로
사랑과 영혼을 다시 보니
어쩔 수 없이 추억여행을 심하게 했네요.
패트릭 스웨이지는 이미 고인이 되었고
데미 무어는 그후 악녀 이미지로
사랑과 영혼의 몰리 이미지를 진작에 깨부셨고
복근까지 겸비한 훈남에 연기도 너무 잘한
칼역의 토니골드윈은 환갑잔치를 한
할배가 되셨어요.
그리고 저도 옛추억만 무수히 간직한
아재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맞닥뜨리는 세월의 강 앞에
멈춘 건 그저 내 마음 뿐임이
심히 아쉽고 억울하지만
만약 흐르지 않았다면
또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도 싶네요.
괜시리 저 MB의 낙동강보의 강물처럼
고여 썩고 문드러졌을런지도 모르지요.
이 귀한 세월이
코로나로 멈춰 버렸지만
지금도 시계는 가고 있어요.
이 귀한 세월을
어떻게 귀하게 보내야 할지
갑자기 마음이 급할 때도 있고
허송세월 하는 듯한 내 모습이
꼴보기 실을 때도 있지만
강물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면
더 깊이 빠져들듯이
세월의 강 위에서도
여유롭게 누워 배영을 하는 듯한
나도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나가지는 못 해도
빠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뭐 옛날처럼 어렵게 다시 볼 수 있는
영화도 아니고 VOD에 제일
밑단계 가격으로 잘 손도 안 가던
영화였지만 오늘밤에 본 사랑과 영혼은
옛 서울극장의 설레임을
아주 조금 살려냈네요.
잠들기 살짝 힘들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