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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겨울 방학에.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032/0003046587

12월3일 ‘사랑과 영혼’ 개봉에 반발한 영화인들…왜? [오래 전 ‘이날’]

[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 1990년 12월3일 <사랑과 영혼> 개봉에 반발한 영화인들…왜? 1988년 9월, 서울

n.news.naver.com

지금도 종로3가에 가면
서울극장이 아주 조용히,
매우 한적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옛날 서울극장은 정말
사람들이 바글바글,
현장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유명한 극장이었어요.

세기극장으로 시작해
서울극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들었는데
제 기억으론 1990년 즈음하여
3개관으로 리뉴얼 하여
서울시네마타운 3개관으로
오픈을 했었답니다.

그때 멤버쉽 카드를 발급받아
500원인가 할인 혜택도 누린 거 같은데
이 시절이 제게는 인생의 황금기 같은
리즈 시절이었답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과 여자 동기와 사랑과 영혼을 보면서
말 그대로 이 영화에 홀딱 반했어요.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신파에
안성맞춤으로 울리던
오~~마이 러브, 마이 달링 이 노래가
옛 표현으로는 심금을 울렸고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욜라 대박!!!이었답니다.

그날 이후로
어디선가 사랑과 영혼 OST 테이프를
사서 당시 삼성에 근무하던
형이 명절 사은품으로 받아온
더블데크 카세트로
하루 온종일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이 더블데크 카세트가
나름 자동 타이머가 달린 최신형이라
아침에 오~~마이러브~~~로
노래가 시작되도록 PLAY를 눌러 놓고
잠들었어요.

아침에 방안에 오~~마이 러브~~~
노래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면
방문을 열고 어머니가 들어 오시면서
넌 그노래가 그렇게도 좋니?
오~~~오~~~듣기 싫어 죽겠네.
소리 좀 줄여. 어여 일어나!!!!
산통을 깨고 나가셨던 기억도 나네요.

그후 코아아트홀에서
한 번 더 봤던 영화
사랑과 영혼.

어젯밤 부터 시작한
EBS에서 세계의 명화로
사랑과 영혼을 다시 보니
어쩔 수 없이 추억여행을 심하게 했네요.

패트릭 스웨이지는 이미 고인이 되었고
데미 무어는 그후 악녀 이미지로
사랑과 영혼의 몰리 이미지를 진작에 깨부셨고
복근까지 겸비한 훈남에 연기도 너무 잘한
칼역의 토니골드윈은 환갑잔치를 한
할배가 되셨어요.
그리고 저도 옛추억만 무수히 간직한
아재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맞닥뜨리는 세월의 강 앞에
멈춘 건 그저 내 마음 뿐임이
심히 아쉽고 억울하지만
만약 흐르지 않았다면
또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도 싶네요.
괜시리 저 MB의 낙동강보의 강물처럼
고여 썩고 문드러졌을런지도 모르지요.

이 귀한 세월이
코로나로 멈춰 버렸지만
지금도 시계는 가고 있어요.

이 귀한 세월을
어떻게 귀하게 보내야 할지
갑자기 마음이 급할 때도 있고
허송세월 하는 듯한 내 모습이
꼴보기 실을 때도 있지만
강물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면
더 깊이 빠져들듯이
세월의 강 위에서도
여유롭게 누워 배영을 하는 듯한
나도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나가지는 못 해도
빠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뭐 옛날처럼 어렵게 다시 볼 수 있는
영화도 아니고 VOD에 제일
밑단계 가격으로 잘 손도 안 가던
영화였지만 오늘밤에 본 사랑과 영혼은
옛 서울극장의 설레임을
아주 조금 살려냈네요.
잠들기 살짝 힘들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