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안 하고
신나게 놀러 다니는 내게
어머니는 작은 아이템을 하나 물어 오셨다.
컴퓨터 한 대 놓고
니 사무실처럼 쓰면서
가게에서 놀면 더 좋지 않겠냐는 어머니의 꼬드김에 철없는 나는 용돈은 계속 주실 거냐고 물었었다ㅠㅠ
그렇게 갑자기 시작한
작은 가게가 작은 동네를 시끄럽게 뒤집어 놓을 줄은 상상을 못 하며 어머니의 강력한 후원 아래에 오픈일이 성큼 다가왔었다.
창업용이지만 컴퓨터와 프린터까지 최신형으로 사주셔서 일단 나는 그게 제일 신났었고 내 놀이터가 생겼다는 단순한 즐거움으로 장난 삼아 시작한 가게는 인톄리어공사 중임에도 가게 앞에 동네사람들이 술렁거리며 모여들었었다.
아직 오픈도 하기 전에 손님이 밀려들었고 그렇게 시작한 작은 가게에서 열정이라곤 손톱만큼도 없어 뵈던 내가 내 에너지를 150% 쏟아내며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아이들과 정신연령이 비슷했던 나는 동네 아이들과 학생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밀려드는 손님들 덕택에 라면 하나 제대로 먹을 수 없이 바빴던 어느 날...
한 여학생이 가게에 들어와
내게 물었다.
아저씨 대학 안 다녔죠?
나?
좋은 학교는 아니지만 나 대학원까지 다녔는데...
그 여중생은 나를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갑자기 영어 가사를 받아 적은 듯한
A4용지를 내게 내밀었다.
아저씨 그럼 이거 해석해 봐요.
당돌한 그 여학생의 자신만만한 표정은 곧 일그러짐과 어머어머 소리치는 호들갑으로 변했다.
내가 그래도 왕년엔 팝송 가사 정도는 해석할 만한 영어 실력은 되었었고 외국인과 스몰토크는 가능하던 시절이었는데 하필이면 그 학생이 내어 놓은 그 노래는 내가 좋아해서 따라 부르던 WESTLIFE의 MY LOVE였었다.
평소에 가사를 어느 정도 암기하여 부르던 노래였기에 너무도 쉽게 그 뜻을 우리말로 알려주자 그 여학생은 어머 어머 소리를 질러대며 가게 밖으로 사라졌었는데...
다음날부터 가게에 들어오는 학생손님들이 똑같은 질문을 내게 던지기 시작했다.
아저씨 대학원 나왔어요?
아저씨 대학원 나왔는데 왜 가게를 해요?
이 질문을 며칠 동안 받으며 지냈다.
돈도 벌고 좋은 손님들과 좋은 추억도 쌓으며 내 감춰진 열정을 나도 처음 만나 본 시절이라 무척이나 소중한 시기였지만 몸을 혹사해서 작은 병도 얻게 되어 그 후로 한참을 암흑기를 보내게 되었다.
그 시절의 순간들은
이제 기억이라는 머릿속 흔적 외엔
모두 사라졌다.
유튜브를 보다가
오랜만에 마이러브 노래방 영상을 틀었다.
멋지게 따라 부르고 싶었는데
나는 돼지 목 따는 소리밖에 낼 수가 없네ㅠㅠ
그들의 높은 키와 기교를
나 혼자서는 흉내도 낼 수가 없다.
내게 이 노래는
참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자몽처럼
씁쓸하다가도
새콤하다가
달다, 달아.
https://youtu.be/voSQYTi0984?si=6dmqc8OJsHGTER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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