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가 없어
예고없이 집 비우신 엄마를 기다리는데
마침 담 잘 넘는 친구 영식이가
골목을 지나간다.
40분을 문앞에서 투덜댔던 내앞에서
영식이는 기똥차게
가로등 전봇대를 밟고
고양이처럼 장독대로 넘어 들어가
대문을 열고 나온다.
저녁 찬거리와 오뎅을 사가지고
허겁지겁 달려오시는
엄마의 시장 봉다리 보다
담 넘어 대문 열어준
영식이 얼굴이 더 반갑고 좋았던 날.
오늘은 단축수업 했다는
나의 볼멘소리는 관심도 없으신 듯
엄마는 부리나케 부엌으로 뛰어가신다.
하얀 연기속에 펄펄 끓어 넘치는
사골곰탕이 아까운 엄마의 탄식소리가
문앞에 앉아 하염없이 보낸
내 40분을 지우고 있다.
https://youtu.be/qsn5NjLnC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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