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절
아는 분 학원에 잠깐 취업(?)을 한 적이 있어요.
아는 분 학원이 꽤 잘 돼서 제게 중1반 영어와 자습지도, 학원운영을 함께 도와달라는 부탁으로 잠시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기존 선생님들의 묘한 텃세도 맘에 안 들고 막상 제가 그리 급하게 필요하지도 않은 상황이라
계속 비전에 대한 진행상황을 여쭤봐도 미적미적 대답 없이 넘어가시길래 적응을 못 하고 나와버리게 되었는데 근무한 지 며칠이 안 된 어느 날.
저보고 갑자기 학원 봉고차를 몰고 근처 학생 한 명을 픽업해 오라는 명령(?)을 내리시는 겁니다
운전할 줄 알죠?
(아..그럼요. 난 오토매틱 승용차)
봉고 수동인데 하시겠어요?
(못 한다 해야 하는데 자존심에 넹~해버렸다.)
근데 출발은 어찌어찌했는데 수동운전도 차량이 새 차면 나름 그나마 수월한데 낡은 차량은 이게 난이도가 꽤 높더라고요. 결국 6차선 도로 한복판에서 차의 시동이 꺼졌고 소심남 Hans는 당황하고 놀라면 바부팅이가 되어버리는 스타일이라 도로 한복판에서 아 나 JOT됐다. 그러면서 시동을 켜려고 별짓을 다해도 시동은 자꾸만 꺼지고 차들은 빵빵거려 등뒤론 식은땀이 흘러내리던 그때.
젊잖게 생긴 양복을 입으신 40대 아저씨께서 인도를 걸어가시다 말고 나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오십니다.
아..제가 수동 운전을 잘 못 하는데 자꾸 시동이 꺼져요~~그랬더니
나를 조수석으로 몰아내시고(?) 차에 오르셔서 익숙하게 시동을 거시더니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으신다.
아~~ 저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골목 안에 있는 학원인데요. 죠 앞까지만 운전해 주시면 제가 어떻게 해볼게요~했더니...
글쎄 아예 골목 안 학원 앞까지 차를 운전해 주시더니 쿨하게 뒤도 안 돌아보시고 가버리셨다. 물론 허리가 90도로 꺾이게 감사인사를 드렸지만 아..26년 전쯤 추억인 데도 그날 그 상황이 생생하게 떠올라 몸서리가 쳐지지만 너무나 감사했던 추억이다.
그 양복아저씨 지금쯤 할배 되셨을 거 같은데 건강히 행복하게 계시옵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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