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잔상
둔촌 주공의 쓸쓸한 꽃들.
H_A_N_S
2018. 4. 6. 08:08
높다란 굴뚝과 예배당 첨탑,
그리고 우뚝 선 고목과
만발한 꽃들이
꽤나 멋진 풍경이지요?
그러나 철거를 앞두고
인적이 거의 드문
둔촌아파트, 둔촌주공의
현재 모습입니다.
반가웠나요?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꽃잎이 날리는데...
둔촌주공 엔딩 is 벚꽃 엔딩이란
생각을 했답니다.
저 굴뚝이 항상 맘에 들어서
가끔 사진을 찍곤 했는데
왜 굴뚝을 좋아하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헐리기 전에 한 번
올라가 보고 싶다는
쓸데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고소공포증 있는 주제에...ㅋ.
참 많이 굴러다녀요.
이쁜 꽃도 피고 진 자리는
별로 깨끗하지가 않지요.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다녀긴 자리엔
쓰레기를 남깁니다ㅋㅋ.
검색으로 오시면
반가우시겠죠.
저도 가끔 옛날 살던 아파트
5동을 검색해보거든요ㅎㅎ
마당에 핀 꽃들이
바로 정면 가까이로 보인다는
장점이 있지요.
해마다 봄이면
낭만적인 주민분들은
창문을 열고 기쁜 감상의
시간을 가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멀쩡해 보여요.
내부는 곯았겠지만...ㅎ
입구가 막힌 곳도 있고
열린 곳도 있던데
아직 거주하는 분이 계신가 보네요.
저층아파트의 모습.
요즘은 보통 30~50층이니...
이곳의 꽃들은 진짜
흐드러지고 아름답게 피어서
여기가 공원인지
재건축을 앞두고
철거될 곳인지 헷갈린답니다.
조경수들은 정말
잘 자라있건만...
꽃들의 만발은 너무 어둡네요.
너희들은 어떡하니...
인상적이게도 우산이 하나씩
꽃혀있어요.
뭔가 비에 젖지 않게 하려는 건지...
나뭇잎을 뜯고 있어요.ㅠㅠ
얘야..나도 손에 든 건
스마트폰 뿐이구나...ㅠ
쏘리^^
자전거들은 누워있는지?
올 봄 꽃구경은 실컷 했답니다.
고급 소나무 같은 거 빼고는
그냥 베어버린다고 들었는데
이 예쁜 나무들의 운명이
어찌될런지...
힘들어서 못 가봤는데
둘러보는 김에
거기까지 가볼 걸...
아쉽지만 둔촌역 라인
언저리만 돌아봤답니다.
꼭 숲에 온 거 같아요.
해지면 으스스할 듯.
사셨던 분들 보시면
반가우시길^^
수십년 동안 많은 분들이
거쳐가셨겠죠...
죽어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다행히 인형이었네요.
다 어디로 가셨을까요?
을씨년스러운 둔촌주공의
나무와 꽃들이 안타깝습니다.
입구 현판은 누가 기념으로
가져가서 보존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끄떡없는 건물을 지어서
옛 기억을 추억하지 않아도
만질 수 있게 지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내가 살지도 않았고
내가 가진 추억도 없는 곳에 와서,
헤매는 고양이와
쳐다보는 이 하나 없이
뽑혀야 하는 꽃들의 신세를
걱정하는 건 심한 오지랖이지만
내 마음의 오지랖이
둔촌 주공 꽃구경에서
조금 흔들렸어요ㅋㅋ.
굿바이, 둔촌아파트.
아듀, 둔촌주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