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잔상

굴뚝소제부, Chimney Sweeper by W.B.

H_A_N_S 2017. 3. 1. 20:38

오래된 책들 중에 개인적인 추억이 뭍어있어 버리지 못한 낭만주의 영시집입니다. 영문학 전공하는 지인이 영어공부 하라고 96년도에 선물한 책이지요. 그땐 가이드포스트나 YBM 영한대역 서적으로 가끔 카페에서 공부하는 척 개폼 많이 잡았었지요. 생각해보니 저도 그땐 카공족이었네요.

노랗게 찌든 이 옜 시집을 다시 꺼내 펼쳐보는 이유는 어떤 척^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던 시 한 편이 있어서입니다.

48P에 있군요.
굴뚝청소부도 아닌 굴뚝소제부.

작은 깨알 글씨들이 예전엔 참 잘 보였다는 사실이 신기하네요.

굴뚝소제부...

When my mother died I was very young.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아주 어렸었다.

로 시작하는 이 시는 다소 종교적이긴 하지만 어린시절 허약하신 어머니가 나를 두고 돌아가시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했던 소년의 정서와 맞물려 꽤나 감동깊게 읽고 또 읽던 시였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열심히 외웠던 단어, 숙어들도 많이 까먹었고 설령 기억해도 쓸 데가 없는 자산이 되어버렸습니다. 굴뚝소제의 기술처럼 말입니다.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럴까요? 전 굴뚝이란 단어가 주는 정감  그리고 높이 치솟은 굴뚝이 주는 묘한 정서를 사랑합니다.

이젠 주변에 연기만 나는 아니 땐 굴뚝의 사람을 만날 일은 있어도 굴뚝을 바라볼 수 있는 일은 흔하지가 않습니다.

아마 대기업 공장의 대형굴뚝엔 굴뚝소제부가 아닌 하청업체 인부분들의 일당제 청소일만 있지 않을런지요?

흐린 삼일절 창밖을 내다보다가 마침 찍어 놓은 굴뚝사진을 보며 청년시절 즐겨 읽던 영시집을 꺼내어 윌리엄 블레이크의 옛 시 '굴뚝소제부, Chimney Sweeper'를 되새겨 봅니다.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apt)

(강남 고속버스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