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해야 하는데 라디오를 켰어요. 줄이 꼬인 한 줄짜리 이어폰은 선이 끊겼는지 소리가 오락가락하는데 엄마가 들어올까 봐 가슴 조입니다.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시그널을 들으려 했는데 이미 사이몬앤가펑클 노래가 나오고 있네요.
책만 붙들면 졸려 감기던 눈이 적어둔 영어 가사를 따라 부를 땐 초롱초롱해요. 나도 모르게 크게 따라 부르다 엄마에게 들켰어요.
넌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냐는 엄마의 앙칼진 잔소리가 열린 한쪽 귀로 들어와도 반대쪽 이어폰에서는 세상 행복한 노래가 들려요.
공부 안 할 거면 차라리 자라는 엄마는 화가 나셔서 불을 꺼버리고 나가셨고 나는 얼른 라디오를 들고 이불속으로 파고들었지요.
엄마의 잔소리에 우울한데 DJ도 우울하대요. 유명한 사람도 우울할 때가 있나 봐요. 난 라디오를 더 듣고 싶은데 더 들으려고 했는데 꿈나라는 생각보다 빨리 오네요.
https://youtu.be/8sTFrjkJk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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