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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강해지는 게...

결국 뻔뻔해지는 것 같아요.

뻔뻔해지지 않고
인정에 계속 매달려 있으면
나만 상처 받게 되더라고요.

가끔은 거울을 들여다 보고
마음도 들여다 보면서
내가 뭘 잘못 하고 있나?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않았나?
비록 고칠 수는 없다해도
반성의 시간만이라도
가지면 좋으련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뭐 어쩌라고?

참 재수없는 단어이긴 한데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그게 가족이든 지인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간에
대화로 서로의 트러블을
해소할 수 없을 땐
그냥 배째!!!!

뭐 어쩌라고?

이게 정답인 거 같아요.
배째!!! 이걸 이기적인 인간들이
악용하고 있기에
더 나쁜 의미로 정착이 되어 있지만
배려심 많고 선하고
덜 이기적인 분들이
상처 받을 땐

배째!!! 뭐 어쩌라고?

이 방법을 쓰세요.
못된 사람들은 악하게
남 밟아가면서 잘 사는 것 같고
약하고 순한 사람들은
상처받고 병드는 세상 같지만
여전히 지나고 보면
권선징악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도 성격이 좋다고는
말 못 하겠으나
원래 인정이 많은 성격이라
이기적인 사람들을 상대할 때마다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었답니다.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면
나만 아프고 나만 병들지
누가 내 인생 살아준답니까?

예전에 어머니께서 갑자기
열이 나고 움직이질 못 하셔서
당황한 제가 타이레놀, 이부프로펜
두 시간 마다 복용시키고 체온
재가면서 혈압과 맥박 재가면서
간호를 하다가
안 되겠다 입원시켜야겠다
결정을 해서 형과 누나에게
입원시키자 했더니
형은 교회 가야한다고 나가고
누나는 친구들과 여행 약속
잡아 놔서 빠질 수가 없다고
제주도로 가면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하는 표정에서
저는 깊은 절망을 느낀 적이
있답니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해도
원인을 못 찾았지만
뻔한 링거와 항생제 투여로
곧 회복이 되어 가시면서
어머니가 하신 말씀은
니가 사다 준 마트 세일회를
먹어서 그런 거 같다 였습니다.

회를 좋아하시지만
노인네가 회를 잘못 드시면
치명적이라 잘 안 사다드리고
숙성회인 초밥도 가끔 배달시켜
드렸었고 마트 모둠회도
만들어 놓은지 오래된 회를
세일가에 사는 게 아니라
제조 시간 확인 후
두 개 살테니 세일 좀 해주시면
안 되냐 얘기해서 20% 할인가
바코드 붙여 준 회인데
저런 소리를 하시니
정말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것도 마지막 회를 드신지
석달도 지났는데
제겐 참 여러모로
허무한 시간들이었죠.

저는 제가 간호사는 아니지만
지구력이 없는 대신
저는 관찰력이 남다른 편입니다.

어머니 혈색, 목소리, 느낌만
봐도 컨디션이 어떤지 잘 알기에
이젠 입원하시기 전에
미연에 방지하자 해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가
보이면 미리 병원에 가자고
그래야 입원할 일이 안 생긴다고
얘길하면 노인들 고집은
또 하늘을 찌릅니다.

무조건 괜찮다고 우기십니다.
교회를 가시는 둥
무거운 장을 보시는 등
무리한 활동을 하셔서
병이 나셔 놓곤
니가 산책 나가자 해서
억지로 나갔다 왔더니
몸살이 난 거 같다고 둘러대십니다.

어느 순간 저는 어머니를
괴롭히는 잔소리꾼이 되어있습니다.
관심도 없는 형은
너 왜 자꾸 엄마랑 싸우냐고
퉁박을 주고
누이는 너 왜 잔소리 해서
엄마를 괴롭히냐고 전화가 옵니다.

그래.
내가 쓸데없는 짓 하고 있었구나.

이런 상황이 수년간
반복됨을 겪다가
전 뻔뻔해지기로 했습니다.

알았어.
난 빠질게.
둘이 알아서 잘 해봐.

엄마도 아파야 엄마 만
손해니 몸 잘 아끼쇼.
이제 내 잔소리는 여기까지요.

전 뻔뻔해졌습니다.
가족애?
그거 85%짜리
35%로 낮추었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효과가
생겼습니다.
불면증으로 오래 고생했는데
수면효율이 30% 정도
좋아졌습니다.

병원을 모시고 다니던 일
좋아하시는 먹거리 사다 나르던 일
뭐 주의하셔라 하던 잔소리
일절 안 합니다.

둘이 알아서 해결 해~했는데
둘이 쿵짝쿵짝 하다가
둘이 대판 싸움이 났습니다ㅋ.

어머니는 또 입원을
하셔야 할 분위긴데
괜찮을 거라고 그러고들 있네요.
둘이 알아서 하겠죠.
전 이제 참견 안 하기로 했으니.

전 효자소리 듣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막내가 나를 위해 애쓴다
생각하시길 바라고
형과 누이는 니 덕택에
우리가 좀 편하구나
알아주길 바랬는데
가족끼리도 이런 바람이
욕심이란 걸 알았을 때
저 참 우울하더군요.

나름 상당히 우애있고
큰 문제없이 지낸 우리집도
여왕이시던 어머니의 권세가
약해지시고 자꾸 아프시면서
이제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괜찮습니다.
뻔뻔해지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