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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잔상

둔촌 주공의 쓸쓸한 꽃들.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높다란 굴뚝과 예배당 첨탑,
그리고 우뚝 선 고목과
만발한 꽃들이
꽤나 멋진 풍경이지요?

그러나 철거를 앞두고
인적이 거의 드문
 둔촌아파트, 둔촌주공의
현재 모습입니다.

제가 와서 구경을 해주니
반가웠나요?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꽃잎이 날리는데...
둔촌주공 엔딩 is 벚꽃 엔딩이란
생각을 했답니다.

전 이 근처를 지날 때면
저 굴뚝이 항상 맘에 들어서
가끔 사진을 찍곤 했는데
왜 굴뚝을 좋아하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헐리기 전에 한 번
올라가 보고 싶다는
쓸데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고소공포증 있는 주제에...ㅋ.

의자와 폐자전거가
 참 많이 굴러다녀요.

꽃이 만발했던 흔적이 가득하네요.
이쁜 꽃도 피고 진 자리는
 별로 깨끗하지가 않지요.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다녀긴 자리엔
쓰레기를 남깁니다ㅋㅋ.

202동 주민이 혹시
검색으로 오시면
반가우시겠죠.

저도 가끔 옛날 살던 아파트
5동을 검색해보거든요ㅎㅎ

저층 아파트의 장점은
마당에 핀 꽃들이
바로 정면 가까이로 보인다는
장점이 있지요.

해마다 봄이면
낭만적인 주민분들은
창문을 열고 기쁜 감상의
시간을 가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언뜻 보면 외관은
아직 멀쩡해 보여요.
내부는 곯았겠지만...ㅎ

동마다 태극기가 꽂혀있답니다.
입구가 막힌 곳도 있고
열린 곳도 있던데
아직 거주하는 분이 계신가 보네요.

꽃과 나무들 사이로 앙증맞은
저층아파트의 모습.
요즘은 보통 30~50층이니...

곳곳에 쓰러진 자전거가 아니면
이곳의 꽃들은 진짜
흐드러지고 아름답게 피어서
여기가 공원인지
재건축을 앞두고
철거될 곳인지 헷갈린답니다.

연식이 좀 있는 아파트라
조경수들은 정말
잘 자라있건만...

아파트 재건축의 밝은 미래속에
꽃들의 만발은 너무 어둡네요.
너희들은 어떡하니...

둔촌 주공의 재활용 분리수거장은
인상적이게도 우산이 하나씩
꽃혀있어요.
뭔가 비에 젖지 않게 하려는 건지...

길냥이가 배가 고픈지
나뭇잎을 뜯고 있어요.ㅠㅠ
얘야..나도 손에 든 건
스마트폰 뿐이구나...ㅠ
쏘리^^

곳곳에 왜 그리도
자전거들은 누워있는지?

철거를 앞둔 둔촌 주공에서
올 봄 꽃구경은 실컷 했답니다.

재건축을 하면
고급 소나무 같은 거 빼고는
그냥 베어버린다고 들었는데
이 예쁜 나무들의 운명이
어찌될런지...

언덕 위 고층 아파트쪽으로는
힘들어서 못 가봤는데
둘러보는 김에
거기까지 가볼 걸...
아쉽지만 둔촌역 라인
언저리만 돌아봤답니다.

뒷쪽 오솔길은
꼭 숲에 온 거 같아요.

지금은 인적이 없어
해지면 으스스할 듯.

둔촌 주공 217동에
사셨던 분들 보시면
반가우시길^^

목련 예쁘죠?

216동에도
수십년 동안 많은 분들이
거쳐가셨겠죠...

멀리서 보고 고양이가
죽어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다행히 인형이었네요.

경비아저씨들은
다 어디로 가셨을까요?

보는 이가 없어
을씨년스러운 둔촌주공의
나무와 꽃들이 안타깝습니다.

담장엔 개나리가 소복하게 피었어요.

연식이 보이는 둔촌역쪽
입구 현판은 누가 기념으로
가져가서 보존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100년이 되어도
끄떡없는 건물을 지어서
옛 기억을 추억하지 않아도
만질 수 있게 지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내가 살지도 않았고
내가 가진 추억도 없는 곳에 와서,
헤매는 고양이와
쳐다보는 이 하나 없이
뽑혀야 하는 꽃들의 신세를
걱정하는 건 심한 오지랖이지만
내 마음의 오지랖이
둔촌 주공 꽃구경에서
조금 흔들렸어요ㅋㅋ.

굿바이, 둔촌아파트.
아듀, 둔촌주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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